▲ 정기훈 기자

사람 몸 어디고 다 중요하다지만, 그중에 꼽으라면 머리다. 학습하고 추론하고 지각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등 핵심적인 능력이 거기서 비롯되기 때문일 테다. 헬멧과 안전모 따위로 꽁꽁 둘러싸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이유다. 시선이 닿지 않는 뒤통수가 특히 취약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뒤통수를 친다는 말은 배신의 관용구로 흔히 쓰인다. 사람의 머릿속 능력을 모방한 인공지능은 곧잘 빠르고 합리적인 답을 내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플랫폼 업체의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에 따랐더니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늘어나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라이더들은 입 모았다. 없는 길을 만들어 달리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사람 뒤통수를 쳤다. 유니온이 보호구였다. 한데 모이니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널리 번졌다. 위험을 경고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라이더가 헬멧을 쓰고 앉아 있다. 뒤통수 쪽에 아이스팩이 삐죽 보인다. 피할 수도 없어 외통수, 한여름 된더위를 슬기롭게 이겨 낼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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