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1일 국회 앞에서 복수노조창구단일화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악용 사례를 알리고 노조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제도개선, 더 나아가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용자 선택에 의해 노조의 교섭권 행사가 좌지우지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노사 자율교섭을 강조하는 국제노동기구(ILO)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이날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 10년을 맞는다. 이 제도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으로 교섭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를 국회가 수용해 2010년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반영해 도입됐다. 이듬해 7월부터 시행했다.

노조가 2개 이상인 사업장은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단체교섭을 해야 하고,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하면 조합원 중 과반이 되는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행사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다만 사용자가 원하면 각 노조와 개별교섭을 할 수 있다. 교섭대표노조 결정 절차와 개별교섭 절차가 오로지 사용자 선택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노사자율교섭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평가받는다.

소수노조는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과반수노조를 둘러싸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촉발할 가능성이 있고, 노노갈등까지 부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해당 제도를 활용해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도 실제 발생했다. 이 같은 우려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슈로 부각했다. 국회는 개정 노조법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사용자에게는 개별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야 하고,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도 부여했다.

그런데 창구단일화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의 지원 방식과 사용자 의무 부여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법 시행령에 찾아볼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준비하면서 관련 후속조치를 추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창구단일화 제도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구단일화 제도는 무궁무진한 노조탄압 방법을 제공하는 악법이라는 점이 시행 10년 동안 사례로 드러났다”며 “고쳐 쓸 수 없는 제도라면 폐기가 답이다”고 주장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이 제도는 초기업노조 확대와 교섭형태 다양화 추세에 역행하고 기업별교섭을 강제하거나 사용자의 교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노조의 자율교섭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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