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21년 임단투가 ‘정년연장 요구’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현대차 노조가 ‘국민연금 수령 직전 해인 64세까지 회사에 재직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기아 노조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 항목에서 1년 더 긴 ‘최대 만 65세’를 요구했다고 난리다. 이와 같이 임단협에서 사업장에서 사용자 자본을 상대로 정년연장을 요구한 것과는 별개로, 지난 14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민주노총 산하 완성차 3사 노조를 대표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고령자고용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안을 국회 게시판에 올려 청원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시기에 맞춰 최대 65세로 연장해 달라'는 입법청원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노조가 이렇게 정년연장에 관해서 임단협 요구를 하고, 입법 청원을 했다는 것만으로 관심을 끈 것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 다음날인 15일 청와대 게시판에 ‘정년연장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완성차 3사 중 한 곳에서 일하는 MZ세대 현장직’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친환경차로 바뀌는 기로에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공급이 필요”하다며 “정년연장은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청년실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자기 세대 간 대결로 몰고 갔다. 즉 이 나라에서 언론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 냈다. “차 노조가 띄운 정년연장, 청년 직원들이 막아섰다”(조선일보 2021.6.17.), “정년연장 … 베이비부머 vs MZ세대 갈등 도화선”(뉴시스 2021.6.25.), “‘65세 정년연장’ 노노갈등 격화 … 사측 ‘청년실업 더 악화’”(파이낸셜뉴스 2021.6.24.), “‘정년연장’ 외치는 노조에 현대차 MZ세대 등 돌렸다”(뉴스1 2021.6.24.) 등으로 제목을 뽑고서, 세대대결의 문제로 규정짓고 노조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 이동학은 페이스북에 정년연장을 요구한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중요하며, 타인의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는 기득권에 반기를 든다”며 비난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머니투데이 2021.6.27.). 이처럼 오늘 이 나라에선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관심이 뜨겁다.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득권 요구라고, 그걸 요구한 노조에 대한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2. 이렇게 이 나라에서 뜨거운 정년연장 문제를 읽고 있자니,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다. 오늘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청년세대가 무엇보다도 공정을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비난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세 정년을 앞둔 세대가 정년연장 되지 않고 퇴직을 해야 유능한 청년노동자가 취업할 일자리가 생길 수가 있는 것인데, 정년연장 되면 무능한 늙은 노동자가 계속해서 자리를 차지할 테니 반대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공정을 기준으로 해서 본다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나이가 많은 늙은 노동자를 내쫓고 그 자리에 나이가 적은 청년 노동자를 채워 넣는다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고 감히 누구도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연령을 기준으로 해서 공정을 말한 것이 아니라면, 청와대에 청원한 청년노동자에게 공정은 무능을 내치고 유능을 채우는 것이겠다. 요즘 세상은 이런 류의 공정이 날뛰고 있긴 하다. 사내하청·비정규 노동자들이 원청 정규직 고용을 요구할 때에도, 그걸 반대하는 주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정이 튀어나온다. 채용의 난이를 내세우고 취업희망자의 희망을 꺾는 것이라며 공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기관·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괜찮을수록 이와 같은 공정을 내세운 반발은 거세다. 여기에 공공기관의 경우는 총액인건비를 내세운 사측의 교섭전략에 묶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기존 정규직의 임금 등 처우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가 이러한 공정관념에 더욱 불을 붙였다. 사실 이 나라에서 총액인건비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는 지급할 인건비 총액을 정해 놓고서 노조와 교섭해서 임금인상 등 임단협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사측의 교섭 논의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등 다른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기존 정규직 등의 처우 저하로 귀결하고 만다. 그래서 더더욱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은 이 같은 논의구조를 자신의 교섭전략에 금과옥조로 여기고서 노조를 상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틀 안에 노조의 교섭을 머물게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승리를 보장할 교섭전략이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전략은 노동자들을 갈라 사용자 자본에 대한 노동의 힘을 약화할 수 있다. 노노갈등을 부추겨 때로는 노조의 요구가 공정에 반하는 것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의 편인 보수의 언론과 당조차도 공정이 무기다. 그것을 내세워 노동자와 노조의 요구와 투쟁을 비난하는 일이 태연히 벌어지는 것이다.

3. 그러나 사용자 자본의 이 같은 전략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이 나라에서 노조의 요구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사용자가 지급할 노동자의 몫이 정해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 즉 노동자의 몫을 위한 노조의 교섭과 투쟁의 의의를 인정한다면 당신은 오늘 이 나라에서 정년연장 등 노조의 요구를 공정을 내세워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한편으로는 ‘오늘 위와 같이 노조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노조 스스로를 탓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총액인건비 등 노동자에 지급할 몫을 정해 놓고서 하는 사용자의 교섭전략을 넘어서지 못한 우리 노조의 교섭과 투쟁을 탓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용자의 교섭전략에 안주해 왔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오늘 이 나라에서는 노조를 비난하는 자들까지도 그걸 당연한 것이라고 전제하고서 정년연장에 관한 노조의 요구와 투쟁을 비난하는 것일 수 있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교섭과 투쟁을 할 수 있다고, 이를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했다(헌법 33조). 결코 사용자가 정해 놓은 노동의 몫을 노동자들에게 분배하기 위해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고는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처우를 삭감해야 한다는 것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상의 공정일 수는 없다. 정년연장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공정에 반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오늘 현대차를 비롯해서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는 이와 같은 기준으로 보자면 공정에 반하지 않는다.

4. 사실 기간제가 아닌 근로자, 즉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년제는 법적 타당성이 의심스럽다.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일정한 사유 등으로 기간제계약을 한 근로자 외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 즉 정규직으로 기간에 따라 노동자를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기준에 의한다면,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노동자는 근로계약 기간에 정함이 없는 것인데, 정년을 정해 놓고서 그 노동자를 퇴직시킨다는 것은 정년까지라는 근로계약 기간을 정한 것이라서 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은 규정하고(23조), 노동자측 사정이 아닌 사용자 경영사정으로 인한 정리해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24조). 이것 말고, 정년을 이유로 한 해고는 없다. 만약 정년까지만 노동자가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라면, 정년 이후 연령에서는 그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더는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할 수가 없는 것이니 정년제는 법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오늘 이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년 60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정년 60세가 넘어도 노동자는 자신이 해 오던 대로 얼마든지 일할 수가 있다.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하는데 60세 이상의 연령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자동차생산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 아무개가 60세가 넘었다고 해서 기력이 달려서 일할 수가 없다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국민연금 수령연령까지는 얼마든지 일할 수 있기에 노조는 정년연장 요구를 하는 것이고, 이러한 노조의 요구에 대한 비난은 납득할 수가 없다. 이를 두고서 “타인의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는 기득권”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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