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기간제·간접고용 노동자 41만5천602명(2017년 6월 기준) 중 20만5천명을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비정규 노동자 18만5천명(90.3%)이 정규직화를 완료했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목표 달성률은 96%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아우성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 1단계에 해당하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은 전환 방식을 두고 사측과 4년째 논의 중이다. 노조가 결성되기 전인 2019년 3월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노동자는 정규직 대상 업무를 결정하는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열리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정규직화 논의 기회를 놓쳐 애를 먹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공무직·자회사 노동자는 매년 근로계약을 다시 작성해야 하는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정규직화가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직 노동자는 총액인건비에, 자회사 노동자는 돈줄을 쥔 원청 탓에 노사 임금교섭이 공회전하기 일쑤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은 실패한 걸까. 27일 <매일노동뉴스>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환 대상 확대

20만 비정규 노동자 고용불안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이전 정부보다 분명 진일보했다. 전환 대상자를 계약직·기간제 노동자뿐 아니라 파견·용역 노동자, 민간위탁 노동자까지 확대했다.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규모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았다. 정부가 전환 목표로 설정한 20만5천명 중 지난해 6월 기준 전환이 결정된 이들은 19만5천명으로 이명박 정부(6만4천명)와 박근혜 정부(8만1천명)에서 전환된 노동자를 합한 수보다 많다. 정규직화 정책을 처음 시작한 노무현 정부(10만4천명) 성과를 크게 웃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20만명의 노동자가 공공기관에 직접고용되거나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돼 적어도 계약이 종료되거나 회사가 바뀌어 일자리를 잃을 걱정은 사라지게 됐다”며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20만명의 전환 실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새로운 비정규직을 쓸 때는 왜 필요한지를 따져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구하게 한 것 역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에 맡긴 논의
늘어난 거래비용·생채기  난 노동자”

비판 목소리도 만만찮게 쏟아진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꾸려 기관이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전환 방식·시기 등을 결정하게 했고, 전환 논의 과정 속 상흔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논의는 1~3기 노·사·전 협의회 과정에서 내용이 번복되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일부 노동자가 반발하고 협의회에 불참했고 결국 뒤집힌 결정은 ‘인국공 사태’라는 공정성 논란의 빌미가 됐다. 직접고용 결정이 확정된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은 ‘자격 없이 과실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란 오명을 써야 했고 현재까지 자회사에 임시 편제돼 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경영학)는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는 순간 모든 비정규직은 본사 정규직이 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정규직화 방식에 대해 기준만 제시한 채 사업장별로 노·사·전 협의회를 통해 결정하라고 손을 떼어 버리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교수는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 정부 합동TF부터 꾸려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뒤 정규직화 방식과 임금 직제, 정규직 설득방안 등 마스터플랜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공공부문 유형(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별로 노·사·전 협의기구를 두고 합의를 해 전체 기관에 적용하도록 했어야 했다”며 “개별기관에 맡겨 두니 교섭 과정에서 갈등을 겪게 돼 거래비용이 늘고 공공부문 안에서도 기관별, 임금·노동조건 편차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기관장의 성향·선의에 따라 노동자의 처우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용역형 자회사 논란 남아”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은 이를 적극 활용했다. 전환이 결정된 8만677명 중 자회사에 채용된 노동자가 65.5%를 차지한다.

모회사가 출자한 자회사 소속이 되면서 고용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돈줄을 쥔 공공기관이 예산을 늘려 주지 않으면 처우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용역업체에 고용됐던 시절과 다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공항 시설관리·유지·보수 노동자가 소속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시설통합지회는 2020년 임금교섭에서 인천공항시설관리㈜가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에 따른 인상률 2.8%를 고수해 결렬됐다.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하도록 했지만 낙찰률을 폐지하지 않는 자회사도 여전히 다수다. 72개 공공기관 중 낙찰률을 적용하지 않고 예정가격 그대로 자회사와 계약하는 곳은 18곳뿐이다. 정흥준 교수는 “장기적으로 처우개선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회사 방식이 없었다면 12만명 정도의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계가 있지만 불가피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모회사 경영평가랑 자회사 운영을 연동해 여러 가지 운영 개선을 유도해 나간다면 공공기관의 여러 인력운영 모델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기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공무직,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이 어떤지, 기관 간 격차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회사 전환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조돈문 대표는 “정부가 모범사용자 전형을 보여주겠다고 해 놓고 자회사 전환 방식을 정규직 전환 유형의 한 방법으로 보고 민간부문에서 해소되고 있는 불법파견 같은 형태로 자회사를 운영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회사 방식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으로 가기 위한 장기적 과제라고 애초 명시했다면 자회사 전환 방식에 불만도 더 적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남은 임기 정규직화 추진 계속돼야
차기 정부는 격차 해소에 초점을”

정부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으면서 정규직 전환 논의를 마치지 못한 기관 비정규 노동자들은 애가 탄다. 홍종표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공동지부장은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전환 방식도 예상가능한 문제점을 보완할 정책을 만들면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1년 동안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은 경영평가 그까짓 것 안 받아도 된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도 한다. 그냥 버티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는 사측에 자회사 전환 후에도 원청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흥준 교수는 “정규직 전환 대상 1단계인데도 아직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남은 기간 동안 동일한 원칙으로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처럼 (정규직화를 두고) 갈등이 있는 사업장은 해당 기관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교수는 “비정규직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지금 공공부문 노동시장 안에 비정규직을 자꾸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공부문 노동시장을 정상화하고 비정규직 발생 원인을 차단하는 임금·인사개혁까지 포함한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대책을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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