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한국에서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사회적 대화가 가능할까.

한국노총 내부에서 내년 대선정책을 둘러싼 토론이 심화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사회적 대화 발전방안을 주제로 4차례 포럼을 열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2021 사회적대화 포럼’ 마지막 시간에서 박태주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전 상임위원은 “경사노위라는 좁은 제도적 틀로 사회적 대화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주체들의 포괄적인 조정과 타협을 통한 정치적 교환의 과정으로 ‘사회적 대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경사노위를 설계하고 1기를 직접 운영한 당사자로서 경사노위에 대한 뼈아픈 평가를 내놨다. 경사노위 설계 당시에는 민주노총을 포함하고 미조직 취약계층도 포괄하는 협의기구로서 성격을 규정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사노위가 협의기구의 성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독립성도 갖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2018년 11월 경사노위 출범에 대해 박 전 상임위원은 “그 때 꼭 출범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사노위를 출범시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던 민주노총을 사실상 나가라고 등 떠밀고 내쫓았으면서 민주노총이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하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회적 대화가 민주노총 참여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참여를 유도하되 불참시 이를 수용하고 ‘독점적 노동대표’로서 한국노총의 역할과 책임을 높여 가면 된다는 설명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노사정 합의에 반발한 계층별위원들이 본위원회를 보이콧하고 모두 해촉되는 결과가 빚어진 일련의 과정들은 경사노위 독립성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했다. 박 전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지 정부가 대화를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과 의지는 중요하지만 노사 중심성, 독립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개정으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경사노위 안에 설치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경사노위법은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제 민주주의에 기반한 협의기구로 이뤄져 있는데 심의위는 ‘결정’을 내리는 행정집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심의위 설치로 경사노위법이 엉망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상임위원은 “협의기구로서 사회적 대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립성의 원칙을 유지한다면,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사회적 대화가 유용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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