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주말 내내 궁리했다.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PC 자판을 두드리면서 고민해야 했다. 지지난주에 찾아와 상담하고서 지난주에 수임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이었다. LG전자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하고자 신청한 사건이었다. 이미 LG전자에는 생산직 등 기능직이 조합원인 노동조합이 수십년간 교섭을 진행해왔고, 2010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는 다수노조로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로서 교섭을 하고 있다. 이렇게 LG전자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행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은 사무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자 했으니 당연히 사용자는 교섭대표노조를 내세워 교섭에 응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사무직 노동조합이 궁리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찾아낸 것이 교섭단위 분리결정 제도였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예외로서 노조법이 규정한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해 달라고 사무직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워회에 신청했지만, 기각 결정문을 송달받아야 했다. 그래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겠다며 우리 사무소를 찾아와 상담했던 것이고, 기어코 그 사건을 맡기겠다고 해서 나는 재심이유서를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2. 노동자가 단결해서 활동하는 것은 자유다. 특별히 국가가 법으로 보장(허용)해 줘야 비로소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권리가 아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생각하고 표현하며 행동할 수 있는 것, 이것을 자유라 부른다. 노동자끼리 단결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는 것도 이렇게 따지고 보면 자유일 수밖에 없다. 노조법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서 사람의 자유처럼 당연한 노동자의 자유인 것이다. 대한민국헌법이 노동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33조). 이러한 노동기본권도 따지고 보면 본래는 자유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이 세상에서 단체교섭권은 노동자의 자유인데, 노조법은 노동조합을 통한 단체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할 자유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서 교섭대표노조만 교섭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자유의 제한은 제한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를 기본권으로 하는 세상의 법해석 원칙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복수노조가 존재하지 않아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를 거치면 교섭대표노조인 것이다. 이러니 이미 설립돼 있는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고, 새로이 설립되는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가하지도 못한 채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사용자가 개별교섭하기로 동의해 주거나,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해 주면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예외를 노조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유를 제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노동자에게 단체교섭할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를 제한하는 제한적 해석이 아니라, 규정이 허용하는 한 자유를 보장하는 해석을 해야 마땅한 것이다. 이상이 이번 중노위 사건인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 임하는 나의 기본적인 문제 인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3. 교섭단위의 분리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가 신청을 받아 결정할 수 있도록 노조법은 규정하고 있다(29조의3 2항). 노동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할 수 있도록 했으니 노동위원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신청해도 분리결정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 노동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법은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사건은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존부를 둘러싸고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근로조건 차이가 현격한 차이인 것이고, 고용형태와 교섭 관행은 또 어떠해야 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기에 문제다. 도대체가 막연하고 망막하다고 볼 수도 있다. 어떻게 이 규정을 해석할 것인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위에서 나는 기본적인 문제 인식을 밝힌 것이라고 말해야겠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통한 자유의 제한을 제한하기 위해서 여기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니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분리해서 단체교섭할 정도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행태, 교섭 관행 등이 존재하는지를 살피고 그것이 존재한다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유의 제한을 제한해서 자유를 회복시켜 보장하는 것이니 그 존재에 기속돼 노동위원회는 분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분리해서 교섭할 정도란 근로조건, 고용형태 등의 차이를 별도로 교섭해서 정할 필요가 있고, 기존에 하나로 교섭해 온 관행이 없어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을 말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무직과 기능직을 하나의 취업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사무직과 기능직 모두가 정년제로 운영되는 정규직이라고 해서, 사무직과 기능직이 기존에 별도로 교섭해 오지 않았다고 해서,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그러한 이유를 적시하면서 LG전자 사무직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하고 말았다.

4.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그 예외로서 교섭단위 분리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실태를 들여다보자.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행사의 상대방인 사용자가 교섭단위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는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대한 동의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교섭할 것인지, 아니면 개별교섭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고, 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했다 해도 사용자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통해 분리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노조법은 사용자를 위해서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해야 할 노조법이 사용자의 교섭에 대한 결정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의 노동현장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교섭권 행사를 좌우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사용자는 교섭대표노조와 교섭할 것인지, 개별적으로 교섭할 것인지 선택할 수가 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정해지더라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통해 분리교섭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러한 사용자의 교섭에 대한 결정권한을 활용해서 교섭할 노동조합을 선택하고 교섭하지 않을 노동조합을 찍어 낼 수가 있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함으로써 교섭해 주지 않음으로써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것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된 오늘 우리의 노동현실인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자는 단체교섭권 행사는 제한을 받고 사용자는 단체교섭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금지하고 있다(81조3호).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특정한 노조와의 단체교섭은 교섭창구 단일화와 교섭단위 분리 제도에 관한 노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권한을 가지고 얼마든지 피할 수가 있게 됐다. 그야말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합법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어찌해야 할 것인가. 헌법에 노동기본권으로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나라에서는, 그 단체교섭을 기피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헌법상 단체교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은 해석·집행돼야 마땅하다. 그러니 아무리 교섭창구 단일화와 교섭단위 분리에 관한 노조법 규정에 사용자의 권한이 보장돼 있다 해도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기피하거나 해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봐야 한다.

5. 한편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을 곰곰이 살펴보면 사용자와 한편인 노동조합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서 상대방인 피신청인 사용자와 함께하는 노동조합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차지한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신청 사건에서 교섭대표노조는 피신청인 사용자와 한편이다. 교섭단위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한통속으로 주장한다. 분리신청한 노동조합의 교섭권 행사는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인정하게 되면 사업장 교섭에서 심각한 혼란이 초래된다고 주장하는데, 사용자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그 소속을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주장해서라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은 노조의 소속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고민하면서 오늘 나는 교섭단위를 분리결정해 달라고 중노위에 제출할 재심신청이유를 이상과 같이 궁리하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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