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코로나 시대, 노동조합하면서 할 말 많은 사람들 설 자리가 유난히 비좁다. 기자회견이 그나마 숨 쉴 구멍이었으니, 아홉 명 너비 천을 찍어 대느라 현수막장수가 요즘 바쁘다. 돋보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한 기획자는 현수막 문구와 뒤편 쭉 들고 선 팻말로는 부족했던지, 이런저런 상징의식을 준비한다. 퍼포먼스라고 흔히 불린다. 매번 똑같아 보이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색다른 그림을 찾는 사진이며 영상기자들의 바람과도 맞아떨어진다. 한때 겨울이면 뭔가를 불태우고, 여름이면 얼음을 망치로 깨곤 했다. 대형 현수막을 찢는 일도 흔했다. 팻말 목에 건 조합원이 악질 사업주에 당하는 노동자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풍자와 해학이 거기 담겨 언뜻 탈춤이며 마당극을 닮았다. 종종 그럴듯했고, 대개는 김빠지는 그림들이었다. 창작의 고통에 밤을 새웠을 기획자는 마음 같지 않아 자주 허탈했다. 그 자리 짧은 상황극에는 도저히 뺄 수 없었을 내용이 죽 펼쳐지는데, 한 장의 사진으로 담기엔 버거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할 말이 너무 많은 탓일 테다. 그 한 장면, 더하고 뺄 것 없는 정수를 뽑아내느라 오늘도 기자회견 기획자 정수리가 훤해 간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등에 타투 모양을 새긴 정치인의 퍼포먼스가 요 며칠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보여주기식이란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보여주기도 잘해야 한다는 게 또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돌봄전담사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과중한 업무’로 가득 찬 리어카를 끌고 있다. 내용도, 그림도 좋은 퍼포먼스를 향한 도전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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