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세웅 기자

민주일반연맹(위원장 김유진)이 6월2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파업을 선포한다. 4만5천여명의 조합원 중 5천여명은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나머지 4만여명은 조합원 교육이나 수련회를 개최하고 연차를 쓰는 등 하루 일손을 놓는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한다.

연맹은 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과 함께 7월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참여한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도 함께한다. 그럼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 1주일 전 독자적으로 파업에 들어가는 이유를 김유진(50·사진) 위원장을 만나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이뤄졌다.

“6월에 목소리 안 내면 노동자 배제된다”

- 7·3 파업, 11월 민주노총 총파업도 예정돼 있다. 25일 독자 파업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돌봄노동자, 지자체 공무직과 같은 연맹 조합원 임금과 직결된 2022년 최저임금과 공무원 보수 논의가 6월에 시작됐다. 부처별·기관별 예산안이 기획재정부로 올라가는 마무리 시점이다. 이때 목소리를 내야 반영될 것으로 봤다. 내년 대선까지 길게 보고 있다.”

- 파업에서는 무엇을 요구하나
“11개 요구안이 있다.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정부와 대화채널 구축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공무직 간의 처우 통일과 차별 철폐를, 최종적으로는 민간위탁과 직무급제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같은 일을 해도 공무직이 속한 단체에 따라 처우가 천차만별이다. A지자체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식대를 13만원 받고, B지자체 청소노동자는 10만원을 받는다. C지자체는 직무급제, D지자체는 호봉제다. 공무원은 임금체계가 일원화돼 있지 않는가. 서울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부산·대구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 대우가 다르지 않다.”

- 공무직위원회라는 정부와의 대화채널이 이미 있다. 연맹 기획실장도 노동계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정부 공무직위원회는 노동자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일단 결정기관인 공무직위원회에는 노동계 인사가 없다. 노동자가 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공무직위원회의 자문기관인 공무직 발전협의회에서 의견을 낼 뿐이다. 공무직 발전협의회에서조차 노동계 의견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공무직 발전협의회 구성은 정부와 노동계, 전문가위원 각 6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정부 인사 12명, 노동계 인사 6명으로 구성된 것 같다.”

- 공무직위는 노동계의 의견을 담을 수 없는 채널이라는 평가인가.
“공무직위는 책임회피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직 처우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노동계와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그림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다. 공무직과 교섭하는 현장에서는 사측이 공무직위의 결정이 날 때까지 회피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직무급제라는 방향을 정해 놓고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니 논의가 되겠나. 공무직위에서 노동계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공무직 되며 달라진 것은 이름뿐
차별은 변하지 않았다”

-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처우가 나아졌으니 파업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시선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차별은 여전하다. 차별의 본질인 간접고용이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며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직무급제를 적용시켰다. 시간이 가도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 구조다. 몇 년마다 용역사가 바뀌면서 신입사원 신분이 돼 임금이 오르지 않은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 자회사로 전환되지 않은 민간위탁 노동자들도 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사실상 포기한 지자체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도 있다. 우리 연맹에 속해 있는 지자체 민간위탁기관에서 고용돼 노인을 돌보는 노인생활지원사, 아이들을 돌보는 아이돌보미들이다. 여전히 위탁업체 눈치를 보면서 일한다. 시·군·구 체육회에서 시·군·구민의 체육생활을 위해 일하는 생활체육지도자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갑질을 했던 체육회장들에 의해 정규직 전환 심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실태조사와 전환 추진 시기에 따라 3단계로 정규직 전환 추진 대상 공공부문을 구분했다. 정부는 3단계 정규직 전환 추진 대상 공공부문인 지자체 민간위탁기관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기관 자율에 맡겼다. 사실상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포기했다는 평가다.

김유진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과정이 생색내기일 뿐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명쾌했습니다. 고령친화직종에 정년을 만 65세로 인정하고, 그동안 일한 근속연수 다 인정하게 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로 임금체계를 설계하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전환 과정에서 가이드라인대로 하는 곳이 적었습니다. 생색은 한껏 냈는데 차별은 유지됩니다. 현장에서는 처우가 나아질 줄 알았다며, 희망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게 현실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입니다.”
 

▲ 민주일반연맹
▲ 민주일반연맹

“차별 만든 정부의 노동시혜적 관점,
정규·비정규 노동자 연대로 바꿔야”

- 정부의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과정을 생색내기라고 정의했는데, 진정성이 없었다는 뜻인가.
“정부의 시혜적 관점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층층이 차별이 만들어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규직과 자회사 정규직, 자회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게 됐다. 사무노동자와 육체노동자를 구분 짓고, 시험 본 자와 아닌 자를 구분하게 됐다.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혐오와 불신이 커졌다. 정부는 혐오와 불신이 퍼지기 전에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사회의 안정적 미래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설득을 하지 않았다.”

-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규직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 파업이 파급력을 내려면 정규직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떠나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입직 경로를 이유로 ‘우리와 너희가 어떻게 같느냐’고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는 차별의 이유는 될 수 없다. 국가인권위는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 실비변상적 성격의 수당 차등지급은 차별이라며 이를 없애라고 한 바 있다. 협상전략으로라도 우리를 도울 유인이 있지 않나.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면 정규직 처우개선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힘을 받는다. 노동운동 선배들이 노총을 조직했던 마음을 기억하자.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총연맹의 강령을 기억하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