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2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4대 기업그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이전과는 다른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2일 정오 청와대 상춘재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회장을 초청,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기업인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오찬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거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기업인들은 ‘이 부회장 구하기’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했고, 김기남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탰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표는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총은 지난 4월27일 경제 5단체장 명의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 소관 부서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면’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으면서도 ‘경제 5단체장 건의’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당시 “(전직 대통령 사면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평성이나 과거 선례나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권한이지만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경실련 등 노동·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사면·가석방 논의는 가당찮다”며 “국민통합과 인권증진 측면에서 시행돼야 할 사면·가석방이 경제적 투자에 대한 정치적 대가로서 또는 경제논리로 환원돼 재벌의 기업범죄 정당화에 악용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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