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8일 정부는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는 때에는 근로자에게 임금명세서를 서면으로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 임금명세서에는 ‘근로자에게 임금 구성항목·계산방법,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경우 그 내역’ 등을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은 6개월 뒤인 올해 11월19일부터다. 적용 대상 사업장은 근로자 1명 이상 고용하는 전체 사업장이고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은 2012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9년 1조7천200억여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 1조5,800억여원을 기록했다. 꾸준히 증가하던 임금체불액이 지난해 한 해 일시적으로 줄어든 건 코로나19 여파로 제조 및 서비스업 등의 가동률이 낮아진 점 등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신고 건수, 신고 근로자수, 체불금액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사업장 규모별로 임금체불 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29명 이하 사업장에서 82.2%를 차지하고 있고, 5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체불 피해 근로자 비중은 45.4%다. 사업장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장일수록 임금체불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9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 임금체불 문제, 특히 근로감독 사각지대라 볼 수 있는 5명 미만 사업장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절해 보인다.

개정 전 근로기준법은 사업주에게 임금대장만 작성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근로자에게 임금대장 내용이나 임금액 산정방식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근로자가 자신의 임금액이 적법하게 산정된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을 고의로 낮게 산정하거나 임금체불이 발생한 경우 체불된 임금액수를 두고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 전 근로기준법은 임금액의 적법성 등을 확인하는 데 제도적 한계가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고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는 꼭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이라 하겠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통해 임금체불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부될 임금명세서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후속 법령 개정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나 전담관리 인력이 없어 인사·노무관리 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양식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할 임금명세서 서식에는 종사하는 업무, 임금 산정기간, 임금지급일, 근로일수, 고용 연월일, 퇴직 연월일, 고용형태와 임금형태, 통상시급 또는 일급, 소정근로시간, 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 등을 기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관계 다툼이나 법해석 다툼, 노사 간 감정 다툼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상당수 임금체불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고, 전반적인 근로감독 행정도 사후 해결이 아닌 사전 예방중심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임금명세서는 근로계약서와 함께 노동관계서류 중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서류다.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제도 정착과 임금체불 문제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서는 공인노무사법에 따라 ‘노동관계 서류 작성과 확인 권한’이 있는 공인노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공인노무사의 조력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소규모 영세사업주라도 공인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쉽게 임금명세서를 작성해 교부할 수 있도록 임금명세서를 전자문서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근로자들 또한 임금명세서 교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그 구성 항목과 계산방법은 적법하게 처리돼 있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한다.

올해 11월 시행되는 임금명세서 교부의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통해 노사 간 불필요한 임금 분쟁과 고질적인 임금체불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4천여 공인노무사 회원과 함께 한국공인노무사회가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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