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사단법인 한국ILO협회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노동관계법 개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과제’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임세웅 기자>

정부가 지난달 20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29호·87호·98호 비준 기탁서를 ILO에 전달하면서 비준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한국은 8개 기본협약 중 7개를 비준하게 됐다. 협약 취지에 맞는 노동관계법 개정과 안전보건 관련 협약을 강화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본협약 외에 정부의 노동행정 관련 우선협약 등에 대한 비준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노동관계법 개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 얘기다.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사단법인 한국ILO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기본협약의 노동자 개념 반영해야

고용노동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핵심 사항은 충실히 반영했고, 노사 간의 균형을 갖춘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반면에 노동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등이 ILO 기본협약의 노동자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87조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에서 말하는 결사의 자유 주체는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종속적 개념인 근로자·종업원·피고용인(employee)이 아니라 고용관계·종속관계를 벗어난 노무제공자인 노동자(worker)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 개념의 전환을 주장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행법도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는 있으나 불필요한 다툼의 여지가 없도록 노조법상 근로자는 87호 협약의 노동자로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도 “지금 제도는 노동자 포괄력이 약하고 노동자의 상당수를 배제하는 제도”라며 “비정규·중소기업·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는 다수 배제적 체제를 변화시키는 노사관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에서 등장한 ‘종사근로자’도 ILO 기본협약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종사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이들만이 노조 임원과 대의원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면제 한도 산정, 교섭대표노조 결정, 쟁의행위 찬반투표시 조합원수 산정을 할 때 종사근로자만 반영된다. 실직자와 해고자는 제외된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종사근로자는 노조활동의 주요 고비마다 배제되기 때문에 사업장 내 종사근로자와 종사근로자가 아닌 자의 계층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보건을 기본협약에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자”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는 ILO의 ‘직업안전보건 관련 협약’의 지위를 기본협약으로 만들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로 이뤄진 ILO 기본협약에 ‘직업안전보건 관련 협약’을 추가해 위험한 근무조건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에 함께하자는 의미다.

2019년 ILO는 100주년 선언문에서 “ILO 이사회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ILO의 기본협약 체계에 포함시키는 제안을 빠른 시일 안에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 올해 3월 341차 ILO 이사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기본협약에 포함시키는 절차 지침 개정을 승인했다.

윤효원 컨설턴트는 “기본협약 비준은 노사정이 경합하는 장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라며 “비준하지 못한 105호 강제노동금지 기본협약과 우선협약 비준 등의 문제를 풀어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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