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2020년 초부터 홈플러스는 조직개편으로 매우 분주했다. 기존에 3개 법인으로 쪼개져 운영되던 것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했다. 2020년은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조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노동조합은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고 몇 주 뒤 법인끼리 통합돼 새로운 법인이 되면 다시금 교섭을 요구하는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쳐 겨우 두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2020년 4월이 돼서야 첫 교섭자리에 앉은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교섭을 몇 차례 진행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사측의 점포 매각 소식을 접하게 됐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점포 매각 소식에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단체협약 안의 내용으로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 중단과 고용안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매장 내 선전전을 통해 점포 폐점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회사, 특히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이익환수 결정으로 인해 대량실업이 양산될 수 있다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러자 회사는 곧바로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회사의 주된 신청은 점포 폐점은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른 재량사항인데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의 쟁의행위는 위법하니 홈플러스 매장 안팎에서 “폐점매각 저지” “MBK 강력규탄” 등의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밥줄인 일자리에서 해고될 위기에 놓였음에도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사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말이 안 된다. 회사 운영과 노동자 근로조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회사의 경영상 판단사항에 해당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가급적 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 헌법에서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법원은 사용자의 신청을 모두 받아들여 줬다. 법원은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의 쟁의행위가 주로 매장의 폐점이나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의 지위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폐점매각 저지” “MBK 강력규탄” 표현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은 전방위적인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결정인데 회사는 일상적 노동조합 활동마저 법원 결정에 위반된다며 거의 모든 표현행위를 금지했다. 더 나아가 회사는 폐점이 예정된 점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가처분 결정 위반, 연대단위에서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 활동을 지지하고자 부착한 현수막도 가처분 결정 위반, 심지어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 내부 모임인 ‘폐점매각 대책위’라는 명칭도 가처분 결정에 위반한다며 간접강제금을 집행하고자 집행문 부여 신청에까지 나아갔다. 결국 회사는 법원에서 지난달 14일 마트노조에 400만원, 주재현 홈플러스지부장에게 50만원의 금원을 강제집행할 수 있는 집행문을 부여했다. 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일 추가적인 집행문 부여를 신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조합이 잘못한 것이 없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요구한 것이라고는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계속 일하게 해 달라고 한 것뿐이다. 법원도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불안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회사와 법원은 노동자들에게 매장을 닫지 않게 해 달라는 표현은 하면 안 된다고만 하며, 안 된다고 했는데도 했으니 회사의 (어떠한 손해인지 알 수조차 없는) 손해에 금전적인 책임을 지라고 한다.

너무나 많은 노동자가 외쳐 이제는 상투적으로 다가오게 된 표현임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점포 폐점과 연이은 해고 불안감에 살고자 투쟁하다 손발이 묶였음에도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오늘도 회사를 상대로 폐점에 맞서고 있다.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의 투쟁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노동자가 연대의 손길을 내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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