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기해 금융계 유관기관에 인사 바람이 불게 됐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비롯해 자산관리공사 사장, 보험개발원장 등 굵직한 자리의 임기가 닥친 것이다. 2, 3월에 가면 한국은행 총재, 은행연합회 부회장 등 내년 4월까지 20여명의 자리가 교체 대상이다.

물론 이 가운데 유임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례로는 단임 위주여서 형평성 차원에서 일단 교체 쪽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든 분명한 것은 앞으로는 낙하산 인사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능력 위주 인사로 난마처럼 얽힌 금융계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계가 투명하고 경쟁력을 갖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금융 유관기관이 경제혈관인 은행과 증권시장을 감독하고 지원해야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간단한 이 원리를 또 정치권과 관료들이 무시한다면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하나마나다.

능력 위주 인사는 우선 해당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과감한 발탁과 그들이 활동할 수 있게끔 기득권 세력을 무마시키는 정지작업도 필요하다. 요즘처럼 무한 글로벌 경쟁시대를 관행만으로 뚫고 가기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기용을 우선하되 그들이 갖고 있는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제3의 과감한 인사의 발탁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과감한 발탁이 낙하산 인사의 빌미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인, 관료 출신이라도 벌써 그 분야에서 유능하게 평가가 난 의욕 있는 사람까지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직 당에 충성했기 때문에, 관료사회에서 물러나며 자리 배정을 해야 하는 이유로 당치 않은 자리에 앉히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정권 말기 인사를 잘못하면 새 정권에 의해 또 다른 인사를 유발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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