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집회와 토론회, 대의원대회며 크고 작은 온갖 회의까지 만날 일이 참 많은데 어쩌나. 사람들은 비대면 시대를 사느라 모니터 앞에 자주 선다. 클릭 몇 번이면 저 멀리 반도의 끝에, 또 지구 반대편 사는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던데, 그 모든 편리한 기술이라는 게 나한테는 먼일이었는지 껌뻑껌뻑 먹통 화면만을 바라볼 일이 잦다. 컴퓨터 좀 만진다는 척척박사 능력자들이 어디에든 한 명쯤은 있어 앞자리 나서 보는데, 이게 또 뚝딱 풀리질 않는다. 화면이 나오면 소리가 문제, 소리가 됐다 싶으면 또 뭐가 말썽이라, 토론회 시작도 전에 해결책 토론 열기가 화면 앞에서 뜨겁다. 불안함과 초조함을 나눠 지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병풍처럼 설 때면, 컴퓨터 좀 한다는 해결사 이마엔 땀이 흐른다. 마스크 위로 걸친 안경엔 김이 서린다. 압박감을 이겨 내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실력자 칭호를 유지할 것이다. 흔들린다면 평판은 무너질 것이다. 기자회견 자리 말썽 많은 스피커 고치듯 한 대 때릴 곳도 없으니, 집중 또 집중해서 연결의 정석을 되짚어 문제를 찾는 수밖에. 인풋 아웃풋, 계통을 살펴 함수 문제를 푼다. 재차 양해를 구하는 사회자의 말에 초조함이 섞인다. 연결을 기다리는 온라인 참가자들이 작은 네모 안에서 멀뚱멀뚱 눈을 껌벅인다. 끝내 소리가 들리고 화면이 제자리를 찾는다. 실력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조용히 뒷자리로 향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가 그 장면에 붙을 만하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온라인 화상 토론회를 준비했던 노조의 한 간부는 “죽을 맛이었다”고 나중에 말했다. 재현한 것을 재차 재현하느라 요즘 시대 사진 찍는 일도 고역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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