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흔적이라니 역사책에 선명한 내용이 눈앞이다. 안전모 쓴 작업자들이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흙을 파고 들어간다. 안전제일 새긴 가림막 너머로 지켜볼 수가 있다. 한때 촛불 든 시민과 태극기 휘날리던 노인이, 단결투쟁 머리띠 두른 노동자와 엄마 아빠 손 잡고 산책 나선 아이가 뛰고 걷고 앉았던 광장은 실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탑 같은 곳이었다. 그러니 지금 누구나가 무수한 죽음을 딛고 산다. 오늘 또 누군가 죽어 먼 길 떠날 테지만, 밥 벌러 나선 사람이 300킬로그램 철판에 깔려 죽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느라 사람들이 오래도록 울었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린 청년이, 또 중장년의 사람이 퇴근길에 서지 못하고 땅 아래에 묻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땅을 치며 운다. 공기를 좀 줄여 보겠다고, 사람 명줄이 줄었다. 돈을 좀 더 남겨 보겠다고, 유가족을 남겼다. “나였을 수 있다”며 분노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높다. 해법을 찾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따라 높다. 시행을 앞둔 해법도 나날이 무뎌져 갔다니, 가림막 높더라도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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