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복잡성’이라는 사이트(taxcomplexity.org)가 있다. 독일의 뮌헨대와 파더보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한 곳이다.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세금 복잡성의 결정 요인을 확인하고, 나라별로 세금 복잡성 수준을 측정하는 지수를 개발하고, 세금 복잡성의 영향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에게 공통된 문제인 법인소득세 복잡성을 측정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각국의 세금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년마다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세금 복잡성 지수(Tax Complexity Index, TCI)’를 발표한다.

세금 복잡성에 대한 조사는 세법(tax code)의 복잡성에 대한 조사와 세제(tax framework)의 복잡성에 대한 조사를 두 축으로 이뤄진다. 세법 복잡성은 세금제도를 읽고 이해하고 따르려 할 때 겪는 어려움의 정도를 말한다. 세제 복잡성은 세금제도 내부의 입법 과정과 행정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함의 정도를 말한다. 지수가 0이면 복잡하지 않은 것이고, 지수가 1이면 지극히 복잡한 것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세금 제도와 관련해 기업이 혼란을 겪을 확률이 커진다.

2016년 첫 조사가, 2018년 두번째 조사가 이뤄졌다. 2018년 조사의 경우 아프리카 18개국, 아메리카 22개국, 아시아태평양 23개국, 유럽 43개국, 중동 3개국 등 109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

2018년 조사 결과, 세금 복잡성 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 잡은 채널 제도의 영국 왕실령 섬인 저지였다. 저지의 세금 복잡성 지수는 0.19였다. 한국의 지수는 0.30으로 세금 복잡성 순위에서 1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00개가 넘는 조사 대상국 가운데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세법의 복잡성과 세제의 복잡성이 ‘매우 낮은’ 나라로 평가돼다. 1위 저지와 15위 한국 사이에는 2위 니카라과(0.20), 3위 모리셔스(0.22), 4위 에스토니아(0.22), 5위 예멘(0.23), 6위 싱가포르(0.25), 7위 홍콩(0.25), 8위 리히텐슈타인(0.26), 9위 룩셈부르크(0.27), 10위 불가리아(0.27), 11위 리투아니아(0.27), 12위 뉴질랜드(0.28), 13위 이스라엘(0.28), 14위 오만(0.30)이 자리 잡고 있다.

세금 복잡성에 대한 국제 비교연구를 통해 2020년 9월 ‘국가별 세금 복잡성 측정: 다국적기업에 관한 조사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다. 2016년에 이뤄진 100개 나라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세금 복잡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세금 복잡성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첫째 기업을 위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고 세금 구멍을 막을 목적으로 새로운 세금제도 도입과 적용이 늘었고, 둘째 투자를 끌어들이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세금 인센티브와 제도 실행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려고 세금 혜택이 좋은 국가로 인위적으로 이윤을 옮기는 행위인 ‘국가 간 이윤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세법과 세제 개혁에 끼친 영향과 관련돼 있기도 하다.

보고서는 “세금 복잡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 결과가 긍정적 결과를 압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법과 세제가 복잡할수록) 경제적 번영을 위협할 수 있고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의도하지 않은 절세 계획이나 탈세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분명하고 덜 복잡한 세법과 세제가 다국적 기업의 적극적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한국의 세금 복잡성 지수는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속했다(15위). 세법 복잡성 지수는 0.41로 국제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고(36위), 세제 복잡성 지수는 0.19로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19위).

물론 다국적 기업에 부과되는 법정 세율(statutory tax rate)의 복잡성 지수는 0.329로 32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나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법정 세율의 복잡성 지수에서도 미국(36위, 0.335), 호주(53위, 0.378), 스웨덴(64위, 0.407), 일본(68위, 0.415), 프랑스(70위, 0.416) 등과 비교해서 한국의 실정이 기업에 상당히 우호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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