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코로나 시대에도 할 말은 차고 넘쳐 기자회견이 잦다. 여럿이 모여 큰 목소리 내는 집회는 언감생심, 그러니 그 자리 현수막과 마이크, 스피커가 ‘열일’을 한다. 배터리를 탑재한 무선 마이크 시스템이 전기 끌어오는 노력과 발전기 소음이며 엉킨 선 푸는 고생 따위를 없앴으니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크기도 작고 소리가 우렁찼다. 그 손잡이에 단결투쟁 머리띠를 감을 만했다. 노조마다 하나씩, 필수품 자리를 꿰찼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편리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쉽게 해결하기 힘든 온갖 골칫거리도 함께 왔으니 마냥 좋지만은 않다. 기자회견 옆자리 저 스피커는 왜 늘 말썽인가. 그것도 꼭 약속한 시각이 닥쳐서야 그러는가. 방송 카메라 무선마이크와 전파 혼선 때문이라고. 배터리 문제, 또는 접점 불량이라고 진단이 빨랐는데 어느 하나 뚜렷한 게 없었으니 마이크 테스트 담당자는 마음이 급하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쭈그린 채 고개 숙여 온 마음을 모아 본대도 뾰족한 수가 없다. 시계 한 번 들여다보고, 마이크 잡고 아아. 전원 버튼 껐다 켜고는 아아아. 짧아도 십 수년, 집회용 음향 장비를 다뤄 온 반전문가들은 최신의 기계 앞에서 무력하다. 비장의 카드가 나온다. 마이크 탁탁 치기, 스피커 퍽퍽 치기다. 어쩌다 운이 따라 작동을 한대도 발언 도중에 꼭 말썽을 부린다. 발언자는 우렁찬 육성 뽑아 내 기계 따위 고장에 쉬이 꺾이지 않을 기상을 내보이지만 지나는 오토바이 소리에 묻히고 만다. 취재진이 웅성거린다. 기자회견 준비팀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다. 발 빠른 누군가 인근 차량에서 여분의 작은 스피커를 가지고 와서야 급한 불을 끈다. 코로나 시절, 안 그래도 목소리 높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놈의 스피커까지 자주 말썽이라 오늘도 사람들은 기계와 싸운다. 스피커 앞에 옹기종기 모여 해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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