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7일 임기를 시작하는 안경덕 장관은 1년 남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완성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안을 챙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수많은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9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만 4년을 맞는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노사와 시민이 기대하는 안경덕 장관의 모습을 들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마무리 투수 역할 다하길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7일 오전 정식으로 노동부 장관에 취임한다. 이날 오후에 한국노총 방문도 예정돼 있다.

노동부 장관 후보자 발표 당시 한국노총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장관이 됐으면 한다”고 논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날로 후퇴하고, 코로나19로 고용충격까지 겹치면서 일자리의 양과 질은 모두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국 노동자·국민이 먹고살기 힘든 상황으로 귀결된다.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야구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가 있다. 팀이 3점 차 이하로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해 9회를 맡는 선수다. 일반적으로 팀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고 한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야구경기처럼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지만, 노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내걸었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가 끝까지 유지돼 이후 좋은 평가를 받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이 돼서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했다. 노동계 입장에선 미흡해 보이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첫 단추를 끼웠다. 그러나 말 그대로 첫 단추를 끼웠을 뿐 ILO 기본협약 비준에 따른 후속조치,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 노동이사제 시행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지켜지길 희망한다.

안경덕 장관이 얼마나 노동계 요구를 받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 그만큼 노동자들은 절박하다. 안경덕 장관이 마지막에 노동계로부터 ‘결과적으로 가장 실력이 뛰어난 마무리 투수였구나’ 하고 평가받길 기대한다. 정부의 그 많은 부처 장관들 중 그래도 노동부 장관 한 사람쯤은 노동자들 편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서야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 지원을 비롯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은 기업의 경영환경을 오히려 어렵게 하고 있다.

경영계는 안경덕 장관이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으로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 주시길 기대한다. 우선 개정 노조법과 관련해 법 시행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조법 시행령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해고자·실업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활동에 대한 제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유지 기간 확대, 노조 설립신고 접수 취소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입법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1월28일 공포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 과정 없이 제정돼 경영책임자 의무 등 불명확한 내용과 과잉처벌 같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현장 혼란과 부작용 방지를 위해 내년 법률 시행 전 최소한 중대산업재해 정의(범위) 변경, 경영책임자 처벌기준의 완화, 시행시기 연장 등을 위한 보완입법(재개정)이 추진돼야 한다.

최저임금 안정 기조도 유지돼야 한다. 2022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은 최근 2년(2020~2021년)간 비교적 안정됐음에도 2018년과 2019년 고율의 인상으로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안정 기조가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올해 7월부터 근로자 50명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확대 적용된다. 중소·영세기업은 근로시간단축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도 크다. 1년의 계도기간 부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임 노동부 장관이 노사관계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노사 균형 잡힌 고용노동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 시급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안경덕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노동존중 기조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면서 노동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노동부 장관의 소임”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답변서 어디에도 노동존중 기조의 핵심정책인 비정규직 고용개선과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비정규직 남용방지를 위한 기한 제한을 사용사유 제한으로 전환하는 개선대책 질문에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노사 간 이견 첨예를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질문에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임금격차 해소라는 정책적 의지를 담은 것’이라 설명만 할 뿐 이행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사회 불평등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에도 비정규직은 가장 먼저 해고되고 무급휴직을 강요받고 임금이 깎이는 등 위기의 희생양이 됐다. 2009년 금융위기로 이 같은 구조를 확인했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10년 넘도록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노동권 배제 문제에 손 놓고 있었다. 기간제법·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업과 소득감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양호하다고 하지만 국민의 미래에 대한 불안 정도는 되레 많다는 조사 결과를 곱씹어야 한다.

불평등을 만드는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 코로나19가 남긴 숙제다. 기간제·시간제·간접고용·특수고용·플랫폼 일용직·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은 이유불문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문제다. 비정규직은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해고가 정당화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과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한다.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라며 모든 노동법적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언제까지 비정규직에게 이 같은 불안을 강요할 것인가.

안경덕 장관 후보자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말한 노동존중 사회의 핵심이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생계보장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실현하고, 최저임금 1만원으로 생계불안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명심하기를 바란다.

 

무색무취 아닌 과감한 노동공약 이행 보여주길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의 미이행 노동공약이 넘친다. 국회 입법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됐으니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추진 못할 공약은 없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미이행된 노동공약과 산적한 노동 과제들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우선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책으로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부족하나마 전환한 것 외에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정규직 공약을 이행하는 것과 함께,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하루빨리 확대해서 근기법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 가입률과 단협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기본권의 최소 국제노동기준인 ILO 기본협약을 비준한 것 외에 관련 정책이나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 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용 제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안경덕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훼손 않는 시행령 마련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임금체불제도 개선 △전 국민 고용보험 계획 보완(적용대상 확대, 부분실업·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지급 등) △근로감독 강화(불시 근로감독 원칙 정립, 노동관계법 미준수 처벌 강화 등)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등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 무색무취해서 존재감 없는 장관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깨고, 안경덕 장관이 과감한 노동존중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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