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지난달 22일 공공노총·교육연맹·광역연맹·교사연맹·전국통합공무원노조 등 여러 공무원노동단체가 한국노총에 모였다. 노총과 함께 주최한 ‘공무원·교원노조법의 위헌성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 쟁점과 개선방안’ ‘공무원·교원의 실질적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보기 드문 내실 있는 토론회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문제상황에 대한 성토와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노동)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지적하고, 그런 제한이 초래하고 있는 정치적·사실적 부작용을 두루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이를테면 “직업공무원들이 각 직무영역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민주정치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들 없이 진행되는 우리 정당정치가 양질의 정책을 생산해 낼 가능성이나 민주주의의 효능도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거나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해 120만명 내외 공무원들의 정당가입이 금지된 것은 정당의 인적 기반은 물론 재정자립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발제자의 지적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기존 주장들과는 다른 측면의 설득력을 지닌 것이었다.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노동기본권 영역에서 제도개선이 현재로서는 여론의 환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과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교한 논리들도 풍부하게 제시됐다.

특히 ‘헌법 해석투쟁’ 병행이 필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무원과 교원의 기본권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너무 오랜 시간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탓에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강력한 경로의존성이 존재한다. 또한 정치권은 제도 유불리에 대한 정파 간 계산 차이로 (지금까지처럼) 개선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는 공무원의 정당가입 금지, 집단행위 금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대한 집단적 반대 금지와 관련해 위헌의견을 내는 재판관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초·중등 교육공무원이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을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 내리기도 했다(헌법재판소 2020. 4. 23. 선고 2018헌마551 결정).

한국노총이 지난 2월26일 공공노총·교육연맹·광역연맹과 함께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총은 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최소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동일한 수준에서 전임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한테 전임자 급여는 단순히 전임자 처우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단체행동권이 완전히 박탈되고, 단체교섭권 또한 비교섭 대상 규정 등으로 광범위하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1권이나마 온전히 누리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입법이 여전히 더딘 상황에서 위헌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지난 2월 제기된 헌법소원이었다.

올해 초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이 개정됐지만 그 수준은 노조 가입 범위를 다소 확대하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노총은 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남아 있는 위헌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최근 비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맞춰 법과 제도·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4일 교원노조법 5조3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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