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0일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 단체는 코로나19라는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억제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뒤늦게나마 지켜질지 주목된다. 노사 단체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입장과 전망을 들어 봤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최저임금위 본연의 논의를 하자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논의에 바라는 점은 명확하다.

최저임금을 통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연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러한 논의와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에 대해 최악의 인상을 결정한 공익위원이 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공익위원의 손에 의해 최종 결정되는 최저임금이 2022년이라고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하나는 최저임금위 본연의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매년 사용자위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물론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이지,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최저임금 동결이나 삭감이 아니라 위원회의 의견을 모아 정부의 정책지원 방안 등 제도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주된 원인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재벌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입, 건물주의 임대료 횡포 때문이다.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당장 알바노동자를 채용하기 위한 사이트만 들어가 봐도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으로 알바노동자를 구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때문에 어려운게 아니라, 정부의 무정책과 대출금·임대료 등이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여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목소리가 최저임금에 반영돼야 한다. 최저임금법이 정한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독립적인 위원회로서의 기능이 실현되는 2022년 심의가 되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이행 시기는 이미 2년이 지났다. 지금은 1만원을 넘어 정말 현실적인 수준의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해 협상하고 투쟁할 것이다.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려해야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96.5%는 300명 미만 기업에서 일한다. 특히 69.5%가 10명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663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해마다 최저임금 결정시기가 되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최저임금위원회를 주시한다. 근로자분들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소상공인분들에게도 최저임금은 가장 민감한 문제고, 경영의 최대변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 충격으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부 중소제조업종 등에서는 경제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하지만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아직 69% 수준이며, 많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대출과 각종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올해 2월 전년동월대비 대기업 취업자는 17만5천명 늘었지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64만8천명 줄었다. 벌써 28개월째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감소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만 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10%가 넘고 실업 위험이 높은 일시 휴직자는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일자리 위기는 코로나19 충격 외에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과도하게 올린 최저임금 탓이기도 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최근의 어려운 일자리 상황과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현실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 의욕을 높이고, 나아가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려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이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의 장이다. 최저임금 수준 결정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적용 방식 등의 해묵은 숙제들도 합리성에 기초해 깊이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백신은 최저임금 현실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 논의가 시작됐다.

2020년 2.87%, 2021년 1.5%의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삶은 더욱 힘겹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최저임금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2020년 근로소득을 보자. 저소득층(1분위) 소득이 13.2% 감소할 때 고소득층(5분위)은 오히려 1.8% 상승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디지털IT(정보통신) 대기업들은 재난특수를 누렸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달려 있을 때, 재벌 대기업은 배를 불렸다.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최저시급을 130원 올릴 때 해외 주요 나라의 대응은 달랐다. 독일은 2022년까지 1만4천원으로 올린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 두 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세계 3번째로 높은 뉴질랜드는 올해 4월부터 1만6천원으로 시급을 1천원 인상했다.

올해 경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정부는 3% 중반 성장을 낙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는 연일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조차 올해 성장률을 4%까지 올려 잡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저임금으로 ‘사행시’를 지어 봤다.

‘최저임금 1만원, 국민과의 약속/ 저버리지 마세요/ 임기 끝마치기 전에/ 금쪽같은 대선 공약 꼭 지켜 주세요.’

적폐정권으로 규정한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은 7.42%였다. 올해까지 4년간 문재인 정부의 평균 인상률은 7.7%로 박근혜 정권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식대·교통비·상여금이 포함돼 실질 인상은 이보다 훨씬 낮다. 최저임금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제 단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은 경기장의 심판과 같다. 그런데 심판이 상대 선수처럼 경기를 뛴다. 법이 정한 최저임금 인상 기준은 생계비, 노동소득분배율,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 수준, 노동생산성이다. 그런데 임의적인 잣대로 정치적 해석을 내리면서 인상률 1~2%대의 공식을 만들어 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촉한 최저임금위 공위위원들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평균 인상률 박근혜 정부보다 낮을 것, 9천원 될지가 관건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어려움이 많다. 최저임금 문제를 두고 항상 벌어졌던 이 같은 논쟁이 코로나19에서 보다 격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첫 2년은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고, 뒤의 2년은 아주 낮췄다. 올해 많이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부 4년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기하평균)은 7.7%, 단순 평균 인상률은 7.9%다.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 7.4%를 상회하려면 내년 최저임금은 6.2% 이상 올려야 한다. 2020년 1만원을 달성하겠다던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갔고, 평균 인상률도 박근혜 정부보다 높게 가지 못할 것 같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9천원을 결정하느냐 못하느냐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도 상징적 의미는 크다. 그런데 올리거나 올리려는 순간 자영업자 등을 위주로 난리가 날 것이다. 최저임금위 논의 초기에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릴 것인지, 자영업자를 고려해 낮게 갈 것인지 등 다소 뻔한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저임금 개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는 길을 선택할 것 같다. 체면치레라도 하려면 9천원은 가야 할 텐데 이걸 선택할지도 예상할 수 없다. 올해 8천720원에서 내년 9천원이 되려면 280원(3.21%)을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위 논의 막바지가 되면 3.2% 인상률을 선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심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인상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9천원을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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