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ILO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노동계가 국내 노동관계법을 기본협약 기준에 맞게 재개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 기본협약 발효를 1년 앞두고 있지만, 우리 노동관계법의 현실은 기본협약이 명시한 노동 3권의 주요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ILO 기본협약 29호·87호·98호 비준서를 ILO에 기탁했다. 이날 기탁한 기본협약 비준서는 2022년 4월20일 발효하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개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들 개정안이 기본협약 기준에 미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상 근로자·사용자 범위 확대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규정 삭제 △근로시간면제 한도 폐지 △공무원·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비롯한 사항을 법 재개정 과제로 꼽았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기본협약의 87호는 결사의 자유 주체를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종속적 개념인 ‘근로자(employees)’가 아니라, 고용관계·종속관계를 벗어난 ‘노동자(workers)’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ILO 기본협약이 신법 우선 원칙,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해 적용된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기탁실 보도자료를 통해 “ILO 기본협약은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일반법과는 달리 원칙적·추상적인 조문으로 구성돼 있어 구체적 사안에 직접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와 교원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참석해 노조법 전면개정을 촉구했다. 양성영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민간위탁 환경미화원들의 작업여건과 임금을 지방자치단체장과 정부가 쥐락펴락하지만,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미화원들은 교섭도 못 하고 투쟁도 못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실질적으로 부정되고 있다”며 “ILO 기본협약 비준을 계기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총은 지난 20일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제한을 비롯한 보완방안을 노조법 시행령에 반영해 달라”고 노동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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