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사월 그리고 열여섯째 날이면 가슴 저릿저릿한 사람들 어디든 모여 언젠가의 기억과 책임과 약속에 대해 말하고 듣고 묻는다. 서둘러 피고 진 벚꽃 자리에 연초록 어린잎 왁자지껄 돋아난 안산 화랑유원지 숲길 가운데, 노란색 우산과 리본과 점퍼와 가방을 입고 든 사람들이 섰다. 7주기, 왜 여태 노란 옷 엄마 아빠들은 거리에 섰는지 사회자가 물었다. 화면 속에서 삭발한 엄마가 비명을 지르다 울었다. 목이 쉰 아빠가 언젠가의 진상규명 약속을 묻고 또 물었다. 제멋대로 삐쭉삐쭉 자라난 짧은 머리칼을 한 엄마들이 뒷자리에 서서 그걸 보느라 눈 붉었다. 이제는 스물네 살, 그날의 생존자는 무대에 올라 씩씩하게 말하다 왈칵 울었다. 빠르게 추스르고 별이 된 친구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마저 읽었다. 시인은 그날 팽목으로 가는 길을 읊었고, 합창단이 노래했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료가 정돈된 원고를 읽었고, 여럿이 찾아온 야당 정치인들이 가만 보고 들었다. 카메라에 아이 얼굴 뱃지를 단 늙은 아빠가 416tv 유튜브 생중계를 하느라 삼각대 세우고 바빴다. 지금 4시16분을 지나고 있다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잊지 않겠다는 그날의 약속을 지키느라 저마다의 자리를 지켜 섰다. 저기 아이와 함께 찾은 엄마가 거리 두기 약속을 지키느라 노란 점 위에 섰다. 아이도 한자리 맡아 섰다가는 곧 쭈그려 앉았다. 엄마는 아이 살피느라 눈길이 바빴다. 허리 자주 굽혔다. 추모 사이렌이 길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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