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펼 때 물가·금융안정뿐 아니라 고용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피해계층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행 설립·운영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여야 의원들이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경협·김주영·박광온·양경숙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류성걸 의원이 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류성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놓아 사실상 여·야 합의안으로 꼽힌다. 발의된 개정안들은 한국은행 역할에 ‘고용’을 추가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 설립목적을 물가안정에 두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고용충격이 확산하자 물가안정만이 아니라 고용안정 같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논의가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이 같은 주장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 초부터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당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을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미 물가·고용안정을 동시 목표로 삼고 있고, 지난해에는 고용을 위해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은 용인한다는 취지로 평균물가목표제 시행을 천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고용안정을 부속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기획재정위는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처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산업은행 운영 목적에 ‘고용안정·촉진’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했다. 산업은행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조정 사업장에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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