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홈페이지 갈무리
▲ 전경련 홈페이지 갈무리

전경련이 ‘기업제도경쟁력 글로벌 비교’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 내용은 한국의 기업제도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6위라며 의도적으로 한국 경제를 비하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정부 관료나 재벌들이 만들어 주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한국 언론의 포털 기사들을 봐서는 상습적인 전경련의 선동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전경련 사이트에 들어가 보도자료를 직접 읽어 봤다. 아니나 다를까. 거짓말투성이다.

우선 전경련은 자신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기업과 관련한 제도경쟁력을 분석한 결과”라고 거짓말하고 있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문건은 물론 전경련 홈페이지 어디를 뒤져 봐도 전경련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기업과 관련한 제도경쟁력을 분석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OECD 국가” 운운하지만, 전경련이 참조한 자료는 OECD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허탈하게도 전경련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경쟁력보고서(2019)와 WEF의 산하기관이나 마찬가지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보고서(2020)에 더해, ‘코넬글로벌혁신지수(2020)’를 자의적으로 뒤섞고는 OECD 37개 국가들의 경쟁력 비교 연구라고 우기는 것이다. 전경련은 자기 마음대로 버무린 ‘짬뽕’ 자료를 갖고 한국의 “노동 분야는 정리해고 비용, 노동시장 유연성 등 10개 세부항목을 분석한 결과 28위로 나타났다”고 헛소리를 한다.

필자는 2019년 10월14일자 매일노동뉴스에 쓴 칼럼 ‘WEF 글로벌경쟁력보고서 뜯어보니’에서 기획재정부가 뿌린 보도자료를 대놓고 베끼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이 글에서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WEF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지적한 바 있다. 매년 나오는 WEF의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사협력’과 ‘노동시장 유연성’ 분야다. 이것은 객관적 자료나 지표가 아니라 ‘자본가들’을 대상으로 한 주관적 설문조사에 근거하고 있다. 반노조 신앙이 골수에 박힌 이들에게 ‘노사협력’과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한 느낌을 물었으니, 그 점수가 세계 꼴찌의 최악으로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2019년 나온 WEF 글로벌경쟁력보고서에 한국의 순위는 13위로 나와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앞선 순위에는 싱가포르(1위), 홍콩(3위), 일본(6위), 대만(12위)이 자리하고 있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한 한국쪽 응답자들의 저주에도 전체 경쟁력 순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2019년 WEF 글로벌경쟁력’ 보고서를 요약한 표에서 보듯이 재미난 사실은 임금유연성, 생산성, 해고 관행, 노동세금 부담 등에서 한국의 실정이 스웨덴·핀란드·덴마크·독일·네덜란드·일본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WEF와 IMD가 내는 보고서들의 약발에 회의가 들었는지 이번에 전경련은 ‘코넬글로벌혁신지수(Cornell Global Innovation Index 2020)’라는 것을 들고나와 반노동 공세에 악용하고 있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코넬글로벌혁신지수’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임의로 코넬을 갖다 붙이고는 “코넬 기준”이라며 허세를 떤다. 코넬대가 공동 연구자로 역할을 맡은 것은 사실이나, 보고서는 코넬대가 유럽경영연구소(INSEAD) 및 세계지적재산권기구(WAPO)와 함께 공동으로 조사해 출판한 것이다. 전경련 같은 부정직한 단체들의 꼼수를 우려했는지, 131개 나라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는 첫 페이지에서 인용을 위한 제목과 출처를 “글로벌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인터넷에 전문이 나와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경련의 저주와 비하에도, ‘글로벌혁신지수’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2020년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진출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1위 스위스, 2위 스웨덴, 3위 미국, 4위 영국, 5위 네덜란드, 6위 덴마크, 7위 핀란드, 8위 싱가포르, 9위 독일, 10위 한국(2019년 11위) 순이었다. 홍콩이 11위, 일본이 16위임을 감안할 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뺀다면 글로벌혁신 경쟁력에서 한국은 사실상 아시아 1위 국가로 평가됐다.

전경련이 코넬대를 팔아서 거짓 선동을 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혁신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전경련이 뿌린 보도자료의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이 최근 통과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반영된다면 기업제도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는 대목에서 전경련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다. 독자들이여 네이버와 다음에서 유환익 이름 석 자를 입력해 보시라. 취재와 조사 없이 보도자료만 베끼는 ‘기레기들의 세상’을 거기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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