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생명안전시민넷 주관으로 13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 자리 뒤편 펼침막에 산재·재난참사 목록이 빼곡하다. <정기훈 기자>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에서 방화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승객과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시민 192명이 숨졌다. 2007년 3월6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이던 황유미씨가 숨졌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재개발로 쫓겨날 상황에 몰린 세입자들의 농성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1년 7월27일 춘천 마적산 산사태로 봉사활동을 하던 인하대 학생 10명 등 모두 13명이 숨졌다. 2011년 8월31일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 사망자는 1천500명이 넘는다. 2014년 4월16일 전남 병풍도 앞바다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학생과 시민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삼성·엘지 휴대전화 하청공장에서 일하던 청년 파견노동자 6명이 메탄올 노출로 시력을 잃었다. 2016년 5월28일 서울메트로 하청노동자 김군이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다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2016년 10월26일 씨제이이앤엠 tvN의 이한빛 PD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17년 3월31일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로 22명이 숨졌다. 유가족은 실종됐다고 말한다. 2017년 7월6일 안양우체국 앞에서 30년 넘게 일한 집배원이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12월10일 한국서부발전 사내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던 김용균 노동자가 석탄재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환경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수리하다 숨졌다. 2019년 4월10일 경기도 수원 아파트형 공장 신축현장에서 일하던 청년 건설노동자 김태규씨가 건물 5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2019년 5월15일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축구클럽에서 운영하는 승합차에 탄 아동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2019년 11월29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020년 4월29일 경기도 이천에서 한익스프레스가 발주한 물류센터 공사를 하다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8명이 숨졌다. 2020년 5월23일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노동자 84명과 그 가족·지인 등 68명, 모두 152명이 감염됐다.

17개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피해자들
“사회 변화 위해 계속 싸우리라 다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재난·산재 참사 유가족·피해자들의 기록과 증언회’에 참여한 이들이 가슴에 품은 17개 참사다. 4·16재단 등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마련한 행사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각 사건 대책위원회 활동가가 기억을 더듬었다.

무엇이 이들을 불러 모았을까. 증언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싸우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며 버티고 싸우고 있다. 돈을 벌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돕는 ‘보급투쟁’을 하겠다며 방송사 PD를 선택했던 아들의 유지를 이은 아버지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환경 개선활동을 하고 있다. 건설현장 추락사고는 비일비재하다는 판사의 말을 들은 남은 가족들은 너무 많이 죽어서 관행이 된 건설현장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 싸움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텨”

이들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스텔라데이지호는 폐선하려던 유조선을 개조해 화물선으로 만든 배다. 이 같은 개조 선박 수십 척을 아직 한국 노동자들이 승선해 운항하고 있다. 실종 선원 가족인 허영주씨는 “유사한 배가 위험성을 내포한 채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이것이 실종 가족들이 2차 심해수색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피해 가족들의 싸움으로 사회가 조금은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다.

참사의 사고 유형과 원인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유가족들은 꼭 닮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유가족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피해자와 그 가족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천 화재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ㄱ씨는 “왜 유가족이 미안해해야 하는지, 왜 유가족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하는지,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데도 정부와 국회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싶다”며 “유가족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는 “노동자의 안전을 이윤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회 요구에 따라 미흡하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며 “법을 무력화하려 재계가 몽니를 부리고 있는데, 법조문 토씨 하나 바뀌는지 여부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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