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코로나19로 나타난 지역 간 의료 질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공공의료기관에만 근무하는 간호사 양성 법안이 발의되자 간호사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간호사의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는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간 간호인력 확충과 코로나19 대응 인력기준 마련을 요구했는데 국회는 지역공공간호사 제도로 간호사들을 절망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은 지역에서 일하는 간호사 육성이 목적이다.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에는 5년 동안 대학이 소재한 시·도 내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의무복무를 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반납하고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간 동안은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중단된 지역의사제와 비슷하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방공공병원의 근무환경 변화 없이는 의무복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방공공병원은 경영이 어려워 간호인력이 부족하다. 임금체불도 잦다.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7월, 강진의료원은 같은해 5~7월 임금을 절반만 주고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속초의료원도 지난해 12월 임금이 체불됐다. 이향춘 본부장은 “(법안은) 간호사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면허 취소를 무기로 신규 간호사를 붙잡아 놓겠다는 발상인데 임금체불까지 일어나는 상황에서 의무복무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의 간호사 부족 문제를 지역의사제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의사는 면허 소지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지방의료원으로 가지 않으려고 해 지역의사제가 제기됐다. 반면에 간호사는 간호대 정원이 외국보다 많고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부족하지 않은데도 노동조건이 열악해 이직과 휴직이 많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면허를 가진 사람 중 간호사로 일하는 사람 비율은 50.2%다. 간호사 면허를 딴 절반이 간호사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서영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치하면 공공병원은 의무복무기간이 끝나면 도망칠 임시 일자리로 여겨질 것”이라며 “공공병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도 지방의료원 간호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근본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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