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무성하게 자란 장미 넝쿨을 쳐내느라 가지를 잡아 비틀다 그만 가시에 찔렸다. 따끔하고 말 줄 알았는데, 종일 욱신욱신 찔린 자리가 아팠다. 다가올 여름에 빨갛게 피어 예쁠 장미는 꼿꼿한 가시를 촘촘하게 품었다. 그래선지 집 울타리에 흔했다. 철 따라 붉어 멀리서 예뻤지만 가까이하기엔 위험했다. 함부로 넘나들지 말란 뜻일 테다. 길 가 어디고 말 무성하게 뻗는 곳이면 거기 화분이 있다. 언젠가 대한문 앞에서 수십여 영정을 두고 “해고는 살인”이라고 말하던 쌍용차 해고자들 천막 뜯긴 자리엔 어느 날 화단이 들어섰고, 예쁜 꽃 무더기로 피어났다. 정부서울청사 앞 언제나 말 많은 그곳에도, 광화문 세월호 광장이라 불리던 자리에도, 여의도 쌍둥이빌딩 앞 청소노동자 농성하고 기자회견 마이크 잡던 데에도 화분이 곧 빼곡해 색색의 꽃들이 노랗고 붉었다. 눈엣가시를 가렸다. 비록 거기 가시는 없었지만, 그 품은 뜻이 뾰족했던지 안 그래도 할 말 많은 사람들은 화분 얘기를 두고두고 한다. 예쁜 꼴을 한 울타리 앞에서 분을 참지 못한다. 텐트 치고 꿋꿋하게 버틴다. 종종, 아니 자주 가시 돋친 말들만이 화분을 넘나는다. 저기 서울시청 정문 앞에도 화분이 빽빽하게 들어서 선을 그었다. 폴리스라인을 대신한다. 할 말 미룰 수 없는 사람들이 그 앞에 꼿꼿하게 선 채로 마이크를 들고 이따금 주먹을 뻗는다. 할 일을 미룰 수도 없는 조경관리 노동자가 물 주느라 별일 없이 거길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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