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 날을 하루 앞둔 6일 오전 보건의료노조가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인력확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남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이 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언제까지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이리 빼고 저리 빼서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이렇게 경력자를 소진하면 누가 남겠습니까.”

서울시 서남병원에서 8년차 간호사로 일하는 강아무개(29)씨 목소리가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을 채웠다. 노조가 6일 오전 세계보건의 날 기념으로 연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던 1년 전과 바뀌지 않았다는 병원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병원에 간접고용돼 일하는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안전조치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선별진료소 방역을 했던 박아무개(54) 청소노동자는 자신을 “병원에서 일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인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병원이나 선별진료소 방역은 청소노동자들이 담당하는데 방역을 하는 병동에 있던 환자가 확진자인지도 모른 채로 방역하고 청소한다”며 “우리도 청결과 방역을 담당하는 병원 구성원”이라고 밝혔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방문객들을 출입통제하는 한아무개(30) 보안요원은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최대 6천명의 방문자를 통제해야 하는데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며 감염에 대한 안전조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노조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정인력 기준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공공병원 확대를 위한 예산 마련과 의사 인력 증원 필요성도 호소했다.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방안과 백신휴가 보장,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노조가 지난해 세계보건의 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요구한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노조는 의료인 보호조치와 의료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상병수당 도입,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감염병 치료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노조의 요구안은 올해 들어서 발걸음을 조금씩 떼고 있다. 상병수당은 지난달 제도 설계 용역을 시작했다. 의사 인력 증원은 지난달 열린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 대응인력 2만명은 4만원의 감염관리수당을 6개월간 받는다. 지난달 통과한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수당이다. 노조는 5만원의 감염관리수당이 12개월간 지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병원은 신축 예산 없이 증축 예산에 15억원이 배정됐다.

나순자 노조 위원장은 “백신 접종 중이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의료안전망 구축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계보건의 날은 4월7일이지만 노조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기자회견 날짜를 하루 당겼다. 기자회견은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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