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몇 인치예요? 엄청 얇던데…. 인기 많죠? 근데 왜 남자친구 없어요?”

김은주(가명)씨는 회사 고위 관리자인 본부장의 요구로 한 차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가 이 같은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다. 이후에도 본부장의 사적 만남 요구는 계속됐고, 김씨는 거절했다. 이후 집단따돌림이 시작됐다. 지난해 4월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신고했지만, 신고 당일 회사 관리자는 김씨에게 권고사직을 권했다. 그는 같은해 6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을 찾았지만 괴롭힘 사건은 접수 4개월 뒤인 같은해 10월13일 자신도 모르는 새 종료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6항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21일 김씨 사례를 공개하며 “(사용자의) 보복 갑질을 금지한 현행 근로기준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76조의3 6항 위반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근로감독관은 진정인·피진정인 조사,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직접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런데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제보자 직장인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며 “노동청에 신고하니 근로감독관이 해고로 보이지 않는다며 합의를 종용했다”고 답답해 했다. 지난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고경험자(26명)의 69.2%는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신고를 한 피해자를 사업장에서 내보내거나, 피해자에게 징계를 하는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법 위반임인데도 노동부는 제대로 된 조사 및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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