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이전한 공공기관 153곳 가운데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이전을 마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모습. <국토교통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노동자 숙소의 임대·매입 기간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 기준에 따라 기간이 지나면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자 정주 여건을 악화하고, 지역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전국혁신도시노조협의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2013년 11월8일 시행한 ‘지방이전 공공기관 순환근무자용 사택 신축·매입·임차 기준’에 따라, 2012~2013년 지방이전한 공공기관 노동자 숙소의 최대 보유기한(8년)이 올해 만료한다.

이 기준은 국토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한 2012년 이후 단신·독신 직원의 거주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숙소는 혁신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를 위해 매입·임차한 부동산을, 사택은 지점과 본점 순환근무를 해야 하는 기관 노동자를 위해 신축·매입·임차한 부동산을 말한다.

이 가운데 숙소 보유기한은 ‘기관 이전일로부터 4년 이내’다. 시행에 앞서 지방이전한 기관은 2013년 11월8일을 기준으로 4년 이내다. 둘 모두 한 차례 최대 4년 연장이 가능해 최장 8년이다.

이에 따르면 2013년 11월8일보다 앞서 이전하거나 해당 시기 이전한 공공기관은 올해 11월8일 이후 임대계약을 해지하거나, 매입 부동산을 되팔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정주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혁신도시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보고서를 보면 혁신도시 인구는 목표 대비 76.4% 수준으로, 가족동반 이주율은 64.4%로 미흡했다. 만족도도 주거환경 57.2%, 교통환경 30.2%, 의료서비스 36.2%, 보육·교육환경 33.3% 등으로 낮았다.

노동계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을 만료일에 맞춰 처분하면 노동자 거주와 이주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일부 기관 노동자들은 숙소 보유기한이 만료하면 혁신도시로 이주하기보다 다시 서울로 돌아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도 문제다. 순환근무자를 위한 사택은 최근 늘어난 공공기관 인원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사택 수용규모는 이전 당시 공공기관 순환근무자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전 이후 늘어난 신입노동자와 이전 이후 줄곧 순환근무를 한 노동자는 제외돼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도시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사택 한 방에 2·3명이 같이 묵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 당시 부동산 과열을 막고 정주 여건을 지원하기 위한 기준이었으나 이미 8년이 지나 현실과 동떨어진 만큼 기준 존폐 여부를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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