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기자

장애인 거주시설 ‘도란도란’에 마지막 남은 장애인 한 명이 최근 탈시설에 성공했다. 장애인 18명의 탈시설은 “탈시설은 인권”이라는 사회복지사들의 믿음 덕분이었다.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 탈시설을 적극 도왔지만 모순되게 3월부로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도란도란을 운영하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이 시설 폐지신고를 하면서다. 사회복지사의 장애인 탈시설 지원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자립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사회복지사들은 탈시설 이후 장애인이 거주할 임대주택을 구하는 일부터, 활동지원등급 심사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도왔다. 발달장애인은 대개 활동지원등급 13구간을 받아 월 12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된다. 월 30일을 가정할 때 탈시설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4시간 꼴이다.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완전한 자립을 누리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김치환 부지부장은 “탈시설을 지원했던 사회복지사가 탈시설 이후에도 지속해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탈시설 이후 장애인들과 기존 직원들과 쌓아 온 사회적 자본은 깨기는 쉽지만 다시 쌓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란도란에서 자립지원팀장으로 일하는 강자영씨는 “도란도란 1차 목표인 탈시설을 이뤄 냈고, 이제 지역사회에서 탈시설 당사자 지원 서비스를 이어가는 목적만 남았다”며 “탈시설 장애인이 또 누군가에게 종속되거나 고립되지 않으려면 언제든 요청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지원 관계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민 지부 사무국장은 “기존 시설 중심 서비스를 사실상 독점하던 법인들은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이 많은 노동자의 밥줄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노동자를 볼모로 내세우며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며 “탈시설과 시설폐지에 대한 과감한 고용정책을 마련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수정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시지부장은 “제 아들은 저에게 자장면, 치맥(치킨과 맥주)이 먹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다고 말한다”며 “이 아이가 부모 없이도 그런 욕구를 표출하면서 자기가 가진 색깔대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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