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훈 롯데지알에스노조 위원장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역대 최초로 3명의 의장 후보가 출마한 치열한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선거 과정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돌았으며 심지어 투표 결과와 별개로 법적인 소송까지 진행한 후보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선거든 당선자와 낙선자가 있기 마련이며 낙선한 후보 입장에서는 모든 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다양한 선거를 통해 당선과 낙선을 경험해 본 단위노조 위원장이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선거처럼 단일후보 찬반투표가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세 팀이 치열하게 경합한 선거는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지만 그 상처 또한 아물며 딱지가 생기고 나중엔 더욱 단단한 살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는 현장조직의 유권자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차단되고 그저 문자나 전화로 홍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까. 후보들의 수많은 지지문자와 전화로 피곤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과거처럼 단일후보 구도가 아닌 다자구도로 소통하는 시작점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이라면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3명의 후보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마음껏 냈으니까요.

십수 년간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선거는 한 명의 후보가 암묵적으로 지목되고 그 후보가 90% 넘는 지지로 당선되는 분위기였습니다. 나름 장점도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 어떠한 잡음 없이 투표가 진행되고 당선 후에도 속마음까지는 모르지만 서로를 축하해 주는, 저도 한때는 그런 단일화된 기획된 선거문화가 마냥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선거 구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내어서도 안 되는 침묵의 룰이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참 다양한 형태의 노동조합이 있고, 그들의 주장 또한 여러 갈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업장을 점거하고 꽹과리를 치며 극한으로 대립하는 노동조합도 있고 노동조합 위원장이 사장을 겸직하는 이상한 노동조합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 여러 노동조합들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목소리를 냅니다.

이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집행부의 애환도 알게 됐습니다.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의장 선거가 끝난 후 많은 뒷말이 들렸습니다. 선거에서 패한 팀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였습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상징이라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선거에 패배한 현직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선거자체를 부정하며 의사당에 난입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 정도 잡음과 뒷이야기들은 오래간만에 느껴 보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의 생동감과 함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미 선출된 의장을 제외한 집행부 선출직 임원과 운영위원 투표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새로운 집행부 선출 투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로웠습니다.

전체 대의원 중 92.64%가 투표해 평균 찬성률 77.35%로 새로운 집행부 임원이 선출됐습니다.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은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조직들의 선거 참여가 새로운 집행부 선출로 이어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새롭게 탄생한 22대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집행부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면서 세 가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첫째, 과거의 형식적인 조직활동을 답습하기보다는 약간의 위험이 있더라도 현장과 소통하는 적극적이며 과감한 조직활동을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 생동하는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적극적 대외활동을 통한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회원조합의 정치세력화에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내셔널센터가 있지만 적어도 서울시에서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는 충분히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 450여 회원조합과 20여만명의 조합원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집행부 공약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적인 소통이 아닌 조직 규모를 가리지 않고 모든 조직과 소통할 수 있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주기기 바랍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수많은 회원조합의 입장과 주장이 다를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조직의 다양성이 담보된 조직활동이라 생각하고 적극 소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래간만에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생동하는 조직이라 느끼면서 새로운 집행부의 힘찬 출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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