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월7월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이 굵직하다. 7월부터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동관계법이 시행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산업과 인력의 구조조정, 고용불안 등은 올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해 노사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19·ILO 협약·대선국면이 핵심이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올해 노사관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3가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요인이다. 백신보급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이 진정세로 전환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 내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동환경의 변화에 따른 노동관계 법령의 제·개정 상황이다. ILO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면서 이후 국내 노동법 전반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비대면 노동의 확산 등에 따른 다양한 성격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규율이 요구되고 있다.

셋째,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실질적으로 올해 종료되는 것과 함께 대선 국면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권을 자임했으며 촛불혁명 과정에서 표출된 새로운 사회 전망,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해 재계는 경기하강에 따른 구조조정·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노동진영은 근본적인 사회경제 체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시적 경기하강이 아닌 구조적 문제이며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이 결합한 조건에서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력구조조정 방식이 아닌 정의로운 전환원칙을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ILO 협약 비준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말 노동법 개정을 통해 충돌조항을 해소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ILO 협약 정신에 비춰 보면 노동권의 전반적인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논란이 돼 온 노동자성 문제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산업 발전과 함께 보편적 노동권을 확장하는 쪽으로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마지막인 올해 비정규직 철폐, 사회적 양극화 해소, 노동권의 확장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선을 계기로 사회적 쟁점으로 재부각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조건에서 노동기본권 확장만이 아니라 기본소득, 노동시간단축 등 더 높은 수준의 개혁 요구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에 노사 갈등 증가할 듯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 황용연 한국경총 노사협력본부장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자리는 11년 만에 감소했고, 전체 산업생산은 20년 만에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백신 보급과 2차 전지 같은 미래산업의 성장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도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어려운 경제상황 만큼이나 올해 노사관계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총이 실시한 ‘2021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 응답기업 59.8%는 ‘2021년 노사관계가 2020년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조금 더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 곳은 1.9%에 그쳤다. 이는 개정 노조법 시행,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여건 악화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올해 노사관계에서 부각될 이슈는 다양하다. 우선 노조법 개정으로 인해 해고자·실업자들의 노조 가입 및 비종사 조합원들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을 둘러싼 노노·노사 갈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조정 문제가 노사 간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협력업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경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데, 올해도 이와 같은 원청의 단체교섭 사용자성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적용 최저임금도 큰 쟁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2년간 안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고율의 인상률 누적에 따라 경쟁국에 비해 인상 속도가 빠르고 상대적 수준도 매우 높다. 코로나19로 최저임금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운데 시행령 마련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행령은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입법 취지와 경영책임자의 법 준수 여부 등을 고려하고 불명확한 내용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노동계의 조직화 경쟁에 따른 노노 갈등,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대선 국면은 노사관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 사회를 향해 ‘연대’의 방아쇠 당겨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올해 노사관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확실성과 불평등이다. 현재로서는 올해가 지날 때까지 코로나19 집단면역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을 향한 시대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인구절벽도 현실화하고 있다.

노동의 입장에서 보면 앞날이 밝지 않다.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불평등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그것이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불평등을 바로잡는 방아쇠는 ‘연대’다.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단체협상 투쟁 지침으로 ‘연대교섭, 연대임금’을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해 9월 금융 산별노사가 1.8% 임금인상에 합의하면서 1천억원을 사회연대기금으로 풀었다. 이런 교섭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노동은 사회적 발언권이 생긴다. 내년 6월까지 이어지는 선거국면 속에서 노동계가 견지해야 할 핵심 맥락이다.

디지털 비대면 시장 확장이 매섭다. 이에 따른 새로운 고용형태가 출현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 취약계층의 보호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곧바로 노조 조직화를 하기 어렵다. 한국노총은 노동공제회를 통해 이들을 조직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임시·일용 임금노동자다. 지난해 사라진 일자리 10개 중 8개가 임시·일용직이다. 이들의 소득상실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노동소득 감소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발생한 이전소득으로 채웠다. 코로나19 졸업을 전망하고 있는 지금, 최저임금이 중요한 이유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협상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인 1.5%다. 박근혜 정권 집권 4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4%였다. 내년 최저임금이 한 자리수 인상에 그치면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폐’라고 불렸던 박근혜 정부보다 밑돌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대규모 선거가 올해 4월 내년 3월·6월 예정돼 있다. 선거도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방역이나 의료 이슈가 주를 이룬다. 노동 이슈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향을 바로잡지 못하면 코로나를 졸업해도 노동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조직화·단체교섭 추이 눈여겨봐야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 곽상신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연구실장

코로나19 사태로 노조 조직화와 단체교섭 내용을 두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산업에서 이 같은 양태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적지 않은 금속 사업장 노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정상근무를 인정하고 일을 쉬게 하는 내용을 단협에 못 박았다. 올해에는 고용안정과 산업전환 관련 내용이 단체교섭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위기가 높아지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하면서 노조 조직률 확대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쟁점을 살펴보자. 최근 완성차 노조들이 정년연장을 주장한 것은 올해 예정된 노조 선거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조합원의 경제적 요구가 높기 때문에 지도부로서는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측면이 있다. 구조조정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쌍용자동차는 대주주 마힌드라가 매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가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그 회사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자본금 여력이 되는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투명하지 않다. 만약 이 회사가 미국영업망 개척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쌍용차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전기차로의 기술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부품사 중 내연기관 업체에서 어떤 식의 구조조정이 진행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생산·판매하려는 전기차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산업에 미치는 당장의 충격은 적겠지만 이슈는 계속될 것이다. 이 문제로 완성차 노사의 단체교섭에 교육훈련과 고용안정 방안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금속노조 등은 사업재편에 따른 미래 대응계획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산업전환 협약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종·전자업종 사업장 노조가 요구를 전면화할 것이다.

한국해양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문제는 올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고용보장과 노동조건 하향화를 막으려 할 것이다. 조선업 공룡기업이 탄생하면 업종단위 교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리라 전망된다. 사업장별로 분산해 교섭하기보다, 한꺼번에 교섭하자는 요구가 설득력 높을 수 있다.

이처럼 금속산업 사업장은 코로나19와 산업변화에 따라 올해 다양한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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