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노동기구(ILO)가 ‘베트남의 성과 노동시장: 노동력 조사 분석을 토대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ILO에 따르면, 2019년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베트남 여성의 70.9%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에 속했다. 이는 글로벌 수준의 47.2%와 아시아태평양 수준의 43.9%와 비교할 때 대단히 높은 수치다. 베트남 남녀의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는 9.5%포인트였는데, 이는 아시아태평양의 지역 평균 32%포인트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2010~2019년에 걸쳐 10년 동안의 ‘베트남 노동력 조사’를 분석한 ILO는 남녀 간 실업률 차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업률에서 성별 격차가 없다는 사실을 두고 베트남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평등한 기회를 누리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베트남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공식 경제의 규모가 대단히 크며, 공식 경제에 비해 소득창출 기회로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인데, 비공식 경제 일자리의 경우 대부분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득 금액이 낮으며 안전과 보건이 취약하다.

2019년 베트남 노동력 조사에 따른 전체 노동력의 지위상 구성을 보면, 한국으로 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하는 취업자(employees)가 47.4%로 가장 많고 다음이 ‘자영 노동자(own-account workers)’로 35.7%에 달했다. 14.1%는 가족의 일을 돕는 노동자였고, 2.8%는 사용자였다. 이를 남녀 비율로 나누어보면 취업자는 51.4% 대 43.1%, 자영 노동자는 35.5% 대 36.0%, 가족의 일을 돕는 노동자는 9.2% 대 19.4%, 사용자는 3.8% 대 1.6%였다.

이러한 수치는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현실을 드러낸다. 2019년 노동력 조사는 전체 노동력의 절반인 49.8%가 비공식 경제에 속하는 자영 노동자와 가족의 일을 돕는 노동자임을 보여준다. 이런 불안정한 취업상 지위는 일자리의 질을 위협한다. 더군다나 자영 노동자의 92%는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ILO는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남녀 성별 비율이 자영 노동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족의 일을 돕는 노동자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의 두 배를 넘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는 농촌에 살면서 가족의 농사일을 돕는 여성 비율이 남성의 두 배를 넘는 것과 연관돼 있다.

2019년 남녀 간 임금격차는 13.7%로 글로벌 수준의 20.5%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13.7%는 평균적인 수치로, 구체적인 업종과 직업으로 따져보면 남녀 임금격차가 구조적으로 악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을 고려하면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더욱 커진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고려하면, 13.7%라는 숫자는 베트남 노동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ILO의 판단이다. ILO는 가정 안에서도 남녀 간의 불평등은 건재한다고 지적했다. 취업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청소·세탁·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여성의 경우 2019년 주당 11.6시간에 달했지만, 남성은 6.4시간으로 여성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2분기부터 베트남 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한 코로나19 전염병의 부정적 영향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남성보다 더 많이 위축시켰다. 2019년 4분기와 대비한 지난해 분기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감소폭은 2분기 -4.8%(남성 -3.9%), 2020년 3분기 -2.6%(남성 -1.4%), 2020년 4분기 -2.4%(남성 -2.1%)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8.5%로 남성의 79.3%와 비교해서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15~24세의 여성 청년층과 56세 이상의 여성 노년층에서 경제활동 참가가 위축된 게 주된 이유라고 ILO는 분석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2019년까지 별 차이가 없던 남녀의 실업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9년 4분기 1.4%로 동일했던 남녀의 실업률은 2020년 4분기에는 남성이 1.1%로 떨어진 반면 여성은 2.1%로 올라갔다. 15~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코로나19가 여성의 경제활동에 가한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심각함을 보여준다. 2019년 4분기 6.4%로 같았던 15~24세 청년층 남녀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남성은 5.2%로 떨어진 반면, 여성은 9.2%로 치솟았다.

ILO는 베트남 여성의 높은 노동시장 참가율이 평등한 기회 보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해석되지만, 일자리와 취업의 질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는 여성이 여전히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남녀 간의 질적 불평등에 더해 그 동안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에 있던 남녀 간 양적 불평등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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