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확대해야 한다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가 죽어도 솜방망이 처벌과 말단 관리자·노동자 중심의 처벌로 책임을 ‘꼬리 자르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양형기준은 재판관이 선고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구속력은 없지만 양형기준을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양형위는 지난 1월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위는 사업주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기본 양형기준을 기존 징역 6월~1년6월에서 징역 1년~2년6월로 상향했다. 사업주 귀책이 확실하고 다수가 사망했을 때 권고 형량은 10월~7년10월15일에서 2년~10년6월로 확대했다.

민주노총은 “턱없이 낮은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양형기준 수정안에서 제시된 기본범죄의 징역 1년~2년6월 형량은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고, 가중·특별가중·다수범 형량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양형기준 수정안은 전면적으로 상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범죄를 과실치사상과 구분해 별도의 기업범죄로 분류·설정해 고의 범죄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양형기준 수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범죄와 과실치사상범죄는 실질적 연관성이 높으므로 굳이 범죄군으로 구분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과실치사상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고의범죄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과실치사상범죄와 함께 묶으면 극단적으로 낮은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집중돼 판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그 밖에도 벌금형에 관한 양형기준을 도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 뒤 의견서를 양형위에 전달했다. 이날부터 다음달 18일까지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다음달 중 양형위가 해당 양형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그때까지 시민·노동계 의견을 피력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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