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지난 1월16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입소자 치료 지원 시설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 생활치료센터 파견근무를 다녀왔다. 출근 첫날 치료센터 입구부터 주의사항 현수막과 119 차량, 방역복(레벨D) 입고 있는 직원들을 보니 긴장감이 돌았다. 그곳 치료센터에는 평균 감염자 120명 정도가 각자의 생활관 방에서 차단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공무원·소방·군인·의료진·방역팀·폐기물수거팀 등 70여명의 지원인력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하고 있다.

치료센터에서 하루 일과는 새벽 6시 반부터 시작한다. 코로나19 입소자들의 도시락 배식이 첫 업무다. 오전 8시부터 퇴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상황실 방역을 실시한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열흘간의 격리를 무사히 마친 당일 퇴소자들의 퇴소준비가 시작된다. 처음 입소했을 때 지급됐던 각종 침상용품·세면도구·슬리퍼 등 11만원 정도의 지급용품들은 모두 수거해 소각한다. 식사는 하루 세 끼 총 3만원 정도의 도시락이 열흘 동안 제공된다. 도시락 음식은 매일매일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므로 큰 불평은 없었다. 입소자들 중 가족 동반들도 많았다. 종종 새우·견과류 등 특정 음식물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 입소자들이 있어서 이 또한 신경을 써야 했다.

오전 10시까지 퇴소자 업무를 마치면 건강 이상자들에 대한 엑스레이(X-Ray) 검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방역팀은 오전 11시 퇴소자가 머물렀던 공간을 방역하고 입소자들이 있는 복도 로비도 방역을 실시한다. 정오부터는 중식이 제공된다. 이때 퇴소자들이 내놓은 물건들과 함께 도시락 등 폐기물을 수거한다. 오후가 되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신규 입소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후 5시 방역 소독을 실시한다. 그리고 다시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폐기물 처리팀에서 내놓은 폐기물을 수거하고 오후 8시께 마무리 방역을 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입소자들은 이곳 치료센터에 머물면서 활동의 제약을 받다 보니 개인별로 필요한 택배물량을 많이 주문하고 있다. 산더미 같은 택배들이 쌓이면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물건들인지 모두 개봉해 확인한 후 입소자들에게 방마다 전달한다. 종종 술과 담배가 적발돼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알다시피 정부 협조요청에 의해 기업 각종 연수원이나 대학 기숙사를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치유 차원에서 치료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코로나19 환자들 이용 시설이라 좀 껄끄러울 법도 한데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더 감사할 뿐이다.

치료센터 시설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각종 기물들이 파손돼 비용이 발생하거나 오염이 일어난다면 다음부터는 아무도 무료 장소 제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 이용 중 입소자들의 온수 사용이 너무 많아 갑작스럽게 설비고장을 일으켜 시설점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고 어떤 입소자 방은 천장에 누수가 발생해 출동하기도 했다. 입소자 한 명이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 화재 경보기가 울려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새벽에 갑자기 눈이 내렸다. 입소자·퇴소자들이 오가면서 낙상하거나 앰뷸런스 차량 운행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이 모두 나가 눈을 쓸었다. 119소방 지원단은 텐트 밖에서 강추위에 떨며 이송환자들의 의료차량 소독에 애를 쓰고 있었다. 각종 물품 지원을 하는 직원은 많은 입소자들의 각기 다른 요구사항에 맞게 지원 물품을 골라 방마다 지급한다. 때로 특정 입소자들은 자신의 방이 마음에 안 든다며 더 좋은 방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해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원 근무를 하다 보니 의료지원 인력들의 노고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소자들의 모든 개인 고충상담까지 들어줘야 하므로 하루 종일 전화기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마치 콜센터 같았다. 방역팀과 폐기물수거팀 대기 장소가 마땅치 않아 복도 칸막이 로비에 우두커니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기가 안쓰러웠다. 총무과에 요청해 캐노피 천막 2동을 설치했다. 한층 더 따뜻해졌다. 그곳에 머무르다 보니 문뜩 “방역 지원을 보면 그 나라의 국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저절로 실감이 났다. 코로나19 감염자 한 명을 치유하기 위해 엄청난 국가 재원이 들어가고 있다. 또한 영업제한으로 막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손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치료센터에 격리된 노동자들의 임금보상도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이다. 각자 기존에 해야 할 고유업무들도 있는데 전 세계적인 국난과도 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휴일도 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24시간 동원되고 있는 공공부문 인력들까지 합친다면 유무형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2주 동안 코로나19 치료센터에서 부대끼며 느낀 제일 큰 보람은 열흘간 격리 치료를 마치고 “고맙습니다” 하고 손을 흔들며 건강한 몸으로 퇴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다. 다시 한번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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