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산업재해 청문회를 실시한다. GS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쿠팡풀필먼트서비스·롯데글로벌로지스·CJ대한통운·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포스코 관계자들이 출석할 전망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또는 최근 중대재해를 반복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사상자는 128명에 이른다. “살인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국회는 이들 기업에게 무엇을 따지고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까.

다단계 하도급 구조 책임 물어라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국회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산재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회가 노동자들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청문회를 통해 사업주들에게 대책을 요구하고, 국회가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나서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다만 일회적 청문회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가 산재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생명권 보장과 안전한 일터 마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대책이다. 지난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발생한 끼임사고도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비롯했다. 산재 청문회는 안전보다 생산이 우선하는 관행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책임을 묻는 자리가 돼야 한다.

하청과 재하청, 다단계 하도급 구조 말단에 있는 물량팀 노동자는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저숙련 노동자들이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된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생산제일주의에 따라 혼재작업이 이뤄지며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청은 표준작업지도서를 그나마 잘 지키려고 하지만 하청의 경우 빠듯한 기성금(도급비) 탓에 안전에 소홀해지기 쉽다. 하청 업체를 쥐어짜는 방식이 지속돼선 안 된다. 기성단가를 줄이고, 임금이 체불되고, 산재사고가 일어나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영석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만 6명이 산재사고로 숨졌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회사는 여러 가지 ‘반짝’ 대책들을 내놓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느슨해지는 과정들이 반복됐다. 다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1년 내내 상주하는 방안을 비롯해 근본 대책을 세우기 위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 쥐어짜는 쿠팡 UPH 시스템 점검해야
권영국 변호사(민변)
 

▲ 권영국 변호사(민변)
▲ 권영국 변호사(민변)

쿠팡 안에서 벌어진 산재가 최근 5년간 급증하고 있다. 쿠팡의 작업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잇따라 발생했던 과로사 추정 죽음을 미뤄 볼 때 경쟁을 부추기는 UPH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UPH 시스템은 시간당 물량 처리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국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관·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업무처리 속도를 조사·점검해야 한다.

쿠팡을 포함한 물류업체들은 배송 시간을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야간노동 문제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야간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심야노동은 신체에 엄청난 무리를 가져온다. 이를 감안해 노동강도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신체 활동이 더뎌지는 새벽 시간대 유급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쿠팡 물류시스템은 빠른 배송과 같은 ‘물류’ 그 자체를 위해서 설계가 돼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란 의미다. 국회는 산재 청문회를 시작으로 쿠팡의 작업환경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국회 차원의 요구·개선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쿠팡의 물류혁신은 기술혁신을 토대로 만든 것이 아닌 노동자들을 쥐어짜 만들어 냈다. 이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과로사 문제는 계속해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과로사로 인정받은 장덕준씨는 숨지기 직전 일주일 동안 주 62시간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쿠팡은 일주일 근무시간이 44시간으로 과로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쿠팡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작업환경 미화에 나설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산재 청문회에 참석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화학물질 사고 1위 LG그룹, 청문회 계기로 정신 차리기를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실장
 

▲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실장
▲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실장

LG그룹은 오래 전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인지도 있는 그룹이다. 전자를 비롯해 디스플레이·통신·화학·유통·생활건강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핵심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등에서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5년 이후 화학물질 누출사고 1위 기업이 돼 버리고 말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LG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모두 15건으로 노동자 17명이 다쳤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명예를 안고도 그룹사 내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이어지는 것일까.

화학공장은 대단위 공정으로 이뤄진 복합공정이다. 모기업이 모든 공정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조금만 위험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공정은 외주화해 버리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모기업은 그 위험을 외주화할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근본적으로 사업장을 ‘안전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더불어 최근 고용노동부 규제혁신심의회 기업건의 과제 심의안을 보면 안전보건 관련 제도에 대한 기업의 건의가 다수 올라왔는데, 이 중 화학사고 예방과 관련된 건의안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부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민원이다. 기업이 안전보건에 대한 최소한의 내용도 규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규제(?)를 풀기 위해서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각인돼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당당히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됐다. 순간의 선택이 노동자의 목숨을 좌우하지 않도록 제발 정신 좀 차리고 LG그룹의 인지도만큼 안전보건에 있어서도 우량기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청의 건설현장 산재 책임, 반드시 따져라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국회의원들은 원청인 건설기업에게 산재사고 책임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는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2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졌다. 최근에는 1.5명 정도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 현장 산재 사망사고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여전하다. 우리보다 건설 기술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사고 발생률이 몇 배나 높은 것에 대해 근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높은 사고율은 건설업계의 불법 하도급 구조와 맞닿아 있다. 원청인 시공사들이 산업안전과 관련해 총괄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는데, 모든 책임을 하도급업체인 전문건설업체에 떠넘기는 과정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건설업체들 입장에선 정해진 하도급 금액과 기간 내에 공사를 해야 하다 보니 안전이 보일 수 없다. 원청업체는 하도급을 줬으니 안전이든 어떤 것이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한익스프레스 사고도 이 같은 구조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산재사고가 나도 원청은 엄청난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이다. 책임은 없으면서 이익만 가져가는 이원화 구조를 책임과 이익을 동시에 가져가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산재가 발생하면 원청은 대부분 사고 원인을 ‘작업자 개인 과실’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해서 24시간 내내 긴장해서 일할 수는 없다. 기업이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안전관리 방식도 지적하고 싶다. 10여년 전부터 1군 원청 건설사를 중심으로 현장 안전점검을 위해 안전패트롤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안전모를 잠시 벗어 놓고 있으면 적발해서 현장에서 퇴출(해고)하는 방식 중심으로 운영돼, 건설노동자들과 안전패트롤팀 노동자들 간에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해 도리어 반감을 갖게 되기도 했다. 이런 형태로 안전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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