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중고 의류 매장에서 파격 세일을 하기에 1만5천원 주고 노란색 점퍼를 하나 사 입었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겨울에서 봄 넘어가는 때에 입기 좋은 두께인데, 펑퍼짐하고 알록달록한 것이 딱 요즘 유행하는 복고 스타일이다. 설연휴 내내 벗지를 않았다. 설빔으로 여겼다. 어릴 적 엄마가 사 준 유명브랜드 신발을 신고 동네 나설 때 기억이며, 신문배달 알바하고 받은 첫 월급으로 직접 사 신은 신발 이름이 새삼 떠올랐다. 기분이 좋아 지금은 멀리 사는 엄마에게 옷 자랑을 좀 했는데, 돌아온 말이 싸늘했다. 나는 너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형 누나는 몰라도 막내 너는 메이커 신발이며 옷 사 입혀 가며 키웠다고, 그냥 새 옷 사 입으라고 하는 잔소리가 끝없다. 정작 당신은 자식 입다 유행 지나 버려둔 중고 점퍼 걸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면서 말이다. 뭐 하나 사면 여기저기 닳고 닳도록 버릴 줄을 모르는 엄마는 이제 더 늙어 어깨 관절 어디가 닳고 닳아 아프단다. 한동안 염색을 열심히 하더니 이제는 허옇게 물 다 빠진 머리에 스카프 두르고 별일 아닌 듯 지낸다. 그 집 거실엔 온갖 종류 꽃나무에서 빨갛고 노란 꽃들이 철 모르고 한창 예쁜데, 지금껏 철없는 자식 걱정에 엄마 잔소리가 거실 꽃나무처럼 사철 변함없다. 저기 낡은 가방 짊어지고 꽃 배달 가는 사람 목에 두른 스카프를 그곳 중고 의류 매장 한편에서 본 것도 같다. 유행은 돌고 돌아 새 생명을 얻고는 하는데, 사람 늙어 가는 일만은 돌아올 줄을 모르니 사람들은 이럴 걸, 저럴 걸, 후회를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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