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현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 간사

3년 전 오늘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간호사들에게는 지옥 같은 일상이었지만 신규간호사의 죽음으로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는 언론·국회·정부까지 한목소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짧은 교육기간, 과도한 업무, 너무나 많은 담당 환자수, 경직된 조직문화…. 환자의 생명을 다뤄야 하는 직업의 특성이라고 하기에는 간호사 개개인이 감당할 부담과 압박은 지나침 자체였습니다.

결국 산업재해 인정과 민사소송 일부승소를 통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났습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서울동부지법은 다음과 같이 각각 밝혔습니다.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내에서의 적절한 교육체계 개편이나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기 학습과정에서 일상적인 업무내용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망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그 업무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망인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우울 증세로 인해 (중략) 피고는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망인 및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병원의 책임이 인정됐지만 서울아산병원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의 면담요청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한 법적 판단까지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일까요.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선욱 간호사가 죽음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문제가 얼마만큼 바뀌었는지요?

2019년 고용노동부는 종합병원 수시근로감독을 진행하면서 실제 공짜노동이 만연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정기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말 방침대로 이행했습니까?

간호사들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같다고 얘기합니다. 현장은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간호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 병원을 떠납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영웅이라고 박수는 받지만 인력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무너질 위기입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는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간호사들을 대신해 아래와 같이 2019년 5월 노동부 장관에게 질의했습니다. 아직까지 답변을 주지 않는 노동부 장관에게 다시 묻습니다.

1. 서울아산병원의 신입 간호사에 대한 교육은 프리셉터 개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중환자실 신입 간호사가 업무역량을 갖추는 데 턱없이 미흡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박선욱 간호사 사망 이후 병원 자체 감사 과정과 산재 판정, 민사소송 일부승소에서도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야 합니다.

2. 부실한 교육으로 인해 고 박선욱 간호사는 실제 업무 과정에서, 정해진 업무시간 전후로 하루 몇 시간씩 과도한 초과근로가 계속됐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와 다른 간호사들에 대해 어떤 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3.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서울아산병원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고 했는데, 그 결과와 조치사항은 무엇입니까.

4. 유가족과 공동대책위는 서울아산병원을 특별근로감독하라고 요구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노동부 장관의 답변을 요구합니다.

5. 종합병원을 수시근로감독하겠다고 밝혔는데 해당 계획을 밝힌 2019년 6월 이후 의료현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감독 결과는 무엇입니까.

수많은 박선욱 간호사들에게 늦었지만 이제는 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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