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이달 1일부터 시작했다. 2월 임시국회는 문재인 정부 내 주요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회기가 끝나면 사실상 4월 재보궐선거 국면이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를 마무리하면 각 정당의 관심과 시선은 내년 대선으로 향하게 된다. 정부와 여당,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각자가 꼽은 주요 법안 통과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과 안건은 무엇일까.

 

ILO 기본협약 비준,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게 지난 4년은 허망하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을 것이다. 집권 이후 70% 이상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호기 있게 개혁정책을 밀어부쳤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성과는 없고 어느덧 지지율은 반토막 나고 임기는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와 여당은 선택과 집중, 결단을 해야 한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한 차별 없는 사회, 국제적 기준에 맞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최저임금 1만원 포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후퇴와 왜곡, ILO 기본협약 비준 지연이다.

많은 과제를 할 수 없다면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노동자들이 자기권리를 지킬 수 있는 권리,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단결권 보장·확대의 첫 걸음은 ILO 기본협약 비준부터 시작해야 하며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정부의 주장대로 ILO 기본협약이 요구하는 단결권 보장이 12월 노동법 개정을 통해 일부 해소된 조건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협약 비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ILO 기본협약의 정신에 충실하게 국내 노동법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EU FTA 전문가 패널 최종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 정부와 한국의 노동법제는 ‘노동자’의 범주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의 단결권이 제약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이후 중요성이 확인되고 산업 재편과 함께 확산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노동부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입법을 별도 추진하는 것은 보편적 노동권 확보라는 기본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며 또 다른 사회적 쟁점을 만들게 될 것이다.

'노동존중 사회'는 모든 노동자의 일할 권리, 노조할 권리,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ILO 협약 비준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짧은 2월, 소상공인·영세노동자 지원 결정해야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
 

▲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
▲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어가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코로나19라는 긴 암흑의 터널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건만, 국회가 과연 국민의 국회인지 누구의 국회인지 잘 모르겠다.

2월 임시국회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시작했다. 이 대표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한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이 우리 사회가 같이 열어 가야 할 방향임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강타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이 이제 더 버티기 힘든 한계점까지 왔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재난은 빈곤부터 덮친다고 600만 자영업 종사자, 500만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설이 더 무섭다. 이들의 손을 잡을지 놓을 것인지, 2월 국회가 결단해야 할 것이다.

소상공인들과 영세노동자들이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피해 금액의 75% 이상 매월 지급을 제안한다. 보편적 재난 지원금도 최소 2회는 지급해야 무너져 내린 소비심리를 살려 ‘내수방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정당국은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고 버틴다.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가 독일군들에게 함락되고 있는데도 마지노라인만 지키던 패퇴한 프랑스군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소상공인과 영세노동자를 살리면 내수가 살고, 소비가 촉진되고 그 ‘망할 놈의 GDP’도 올라가서 부채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국민은 늘 “앞으로 2주가 고비”라는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지쳐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융과 관련한 입법과제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우선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서민들이 어떻게 보다 손쉽게 금융에 접근할 것인지 입법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금융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거버넌스를 더욱 개선해야 한다. 금융 접근성 관련한 이슈는 아직 입법의제로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수혜를 받아야 할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다양한 서민대출을 유도할 입법이 필요하다.

2월은 짧다. 국회가 늦지 않게 결정하기를 바랄 뿐이다.

 

노동이사제 도입·근로자대표제 개선 합의에 응답하라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실장
 

▲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실장
▲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실장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국회 의사일정 안내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는 8일 청문회 실시계획 및 증인채택 관련 안건을 시작으로 16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와 법안상정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22일에는 전체회의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도 예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LO 기본협약 비준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노동계 반발에도 ILO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협약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위반하는 정부 발의안 중심의 법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지금껏 기본협약 비준동의안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위 소관인데, 외통위는 지난 1월에도 이러저러한 핑계만 대며 처리하지 않았다.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은 2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와 여당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법안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지난 2020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는 노·정 합의를 통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조속히 논의할 것을 국회에 건의”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노·사 자율 합의에 따라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이 가능하고, 노조가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면 현행법상의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에 선임”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산하 공공기관들은 법 개정이 되지 않았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공공기관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 등이 반복하고 있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이후에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 등의 이슈로 언제 통과될지 기약이 없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도 지연되고 있는 또 하나의 법안은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이다. 지난 2019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도입을 논의하면서,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합의해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사실상 근로자대표제 개선을 전제로 한 합의였다. 지난해 10월16일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도 이뤘지만 지난 연말 근로기준법 개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2월 국회는 노동계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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