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자영업자에게 고통을 몰아주는 방식의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앞두고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현재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확진자수’에만 매몰돼 ‘단체기합’ 방식의 선제적 거리 두기 정책을 펴면서, 영업 제한으로 손실을 보는 자영업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을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10만곳 중 1곳 집단감염 발생했다고
9만9천999곳 문 닫으라는 방역지침, 효과 없어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선제적 검사는 효과적이지만 선제적인 방식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며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 도서관 같은 지역사회 공공시설부터 문을 닫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를 ‘단체기합 방식의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노래방의 경우 10만개 중 1곳, 카페의 경우 10만개 중 3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나머지 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 9만9천990여곳의 노래방과 카페의 문을 닫으라는 것은 단체로 기합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가장 많은 확진자수가 나온 곳은 서울 동부구치소(1천196명)로 거리 두기 단계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다. 2위는 사랑제일교회(1천163명)였다. 시설유형별 집단감염 건수를 보면 가장 많은 곳이 회사였다. 집단감염 934건 중 202건으로 20%가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전염됐다. 다중시설은 13%로 4위였다. 사업장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확진자수에 매몰되지 말라고 제안했다. 치명률이나 사회경제적 손실을 두루두루 살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전체 병원의 10%인 공공병원이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는 것이 문제”라며 “만약 정부가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200만개가 넘는 소상공인의 피해도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공공병상 확충에 드는 돈은 몇천 억원이면 된다. 200만개가 넘는 영업손실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40조~50조원대다. 정부가 공공병상 확충에 드는 예산편성을 외면한 결과 소상공인의 영업손실이 수백 배로 커졌다는 지적이다.

“재정은 화수분 아니라고? 그럼 자영업자 지갑은 화수분인가”

영업제한 명령으로 이뤄지는 강력한 거리 두기는 소상공인의 고통 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고통에 대한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점수를 환산해 보면 우리나라는 47점으로 영국(95점), 스페인(82점), 덴마크(80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정부의 명령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에게 하루에 60만원가량을 보상해 준다. 김 교수는 “얼마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했는데 그럼 자영업자의 지갑은 화수분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자영업자 보상은 대체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79.8%는 “운영 중단 및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게 국가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토론회는 두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다음주 열리는 2차 토론회에서는 자영업·소상공인들과 함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개편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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