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이 ‘분류작업은 사용자 부담’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소희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노사정이 지난 21일 “분류작업 비용 사용자 부담”에 합의한 가운데 주요 택배사가 사회적 합의를 파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택배가 21일 이후 일부 지점·대리점에 ‘지난해 약속한 분류인력 외에 추가 인력 투입이 없다’고 고지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택배사가 보낸 공문을 입수하지는 못했지만 각 지사 관계자가 택배노동자들에게 본사 지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전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책위 “분류작업 책임소재 논의 끝나”
택배사 “거래구조 개선 뒤 후속 합의”

대책위 주장대로라면 3개 택배사는 지난해 10월 약속한 분류인력 투입 대책을 얼마 전 체결한 사회적 합의 결과물로 갈음하는 셈이다. 지난해 주요 택배사는 택배노동자 과로를 막기 위해 서브터미널에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4천명(추가투입 3천명 포함), 롯데·한진택배는 각 1천명이었다.

대책위는 이 정도의 분류인력으로는 택배노동자 노동시간을 줄이기 어려워 과로사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인원보다 부족한 수준이라는 이유다.

진 집행위원장은 “한진·롯데택배는 택배분류 자동화 설비(휠소터)가 갖춰져 있지 않아 각각 4천명 이상의 분류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CJ대한통운도 4천명을 투입해도 약 15%의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무엇보다 이미 21일 “분류작업은 사용자 책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 논의는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합의문 1·2항은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와 관련된 내용으로 택배기사의 작업범위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내용은 시기에 대한 단서조항이 있지만,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관련한 내용은 단서조항이 없어 즉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합의문 3조2항에 “택배 거래구조 개선작업이 완료되는 시점 이전에 택배사업자가 투입하기로 한 분류인력(CJ 대한통운 4천명, 한진·롯데 1천명)을 투입하되”라는 내용에 근거해 분류인력 투입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택배 등이 가입한 사용자 단체인 통합물류협회측은 <매일노동뉴스>에 “사회적 합의문 내용은 거래구조 개편 이전과 이후로 나뉘기 때문에 설 이전까지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거래구조 개편과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6~9월까지 합의해 후속 합의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택배측 관계자도 “설 직전에 지난해 약속한 분류인력을 최대한 빨리 투입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택배사 입장과 관련해 “다음달부터 시작할 2차 합의에서는 분류작업과 관련한 내용이 없어 분류작업 논의는 이미 끝난 상황”이라며 “협회 의견대로라면 택배사가 약속한 인력투입은 과로사 문제 책임을 통감하겠다는 의미의 발표가 아니라 택배비 인상으로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택배노조 “단체행동 불사할 것”

노조는 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 택배사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논의하는 면담을 제안했으나 이날 오전까지 택배사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김태완 노조 위원장은 “단체행동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사회적 합의 체결 직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5천136명 중 97%가 투표에 참여하고 91%가 파업에 찬성했다.

민간택배사의 사회적 합의 파기 논란이 이어지자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도 29일 예정한 단체협약 조인식을 잠정 연기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 노사는 단체협약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및 사회적 논의기구 합의를 준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지만, 사회적 논의기구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윤중현 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이날 오전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가 파업 전 전 정부나 여당을 통해 갈등이 중재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차 합의안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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