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인지 어디선지 꽉 막혀 나오지 않는 말길을 트느라 삭발한 엄마는 마이크 잡고 아아, 또 아아아…, 뜻도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잔뜩 몸을 웅크리며 한 번, 고개 들어 또 한 번. 긴 한숨 끝에 비로소 내뱉은 말이 새롭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오래 묵은 말을 재차 하느라, 엄마 아빠는 또 한 번 길 위에 고난을 전시한다. ‘그림’ 되는 일이다. 툭툭 잘려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칼과 줄줄 흐르는 눈물 앞에 비로소 카메라 여러 대가 바삐 돌았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규탄했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그들의 말 얼마간이 인터넷 페이지와 종이와 텔레비전 화면에 담겼다. 익숙한 일이었다지만 꽉 막힌 말길을 여는 일이 매번 지독하다. 그 자리 울음이 길었고, 위로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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