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지하 공간에서 프레스 스크랩 청소작업을 하던 마스터씨스템(주)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마스타씨스템은 현대차 울산공장의 각종 설비와 공정 가동을 위한 점검·수리·정비 같은 보전작업을 담당한다.

사고는 원청사 중역이 현장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예정되지 않았던 지하 피트공간 베일러머신 주변의 스크랩 청소를 하던 중 발생했다. 금속 잔여물을 압축하는 기계인 베일러머신 주변에 쌓인 스크랩과 작업장 바닥에 떨어진 스크랩을 치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설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당일 작업에 투입된 세 명의 노동자가 각각 흩어져 자신이 맡은 설비를 청소하는 동안, 동료의 비명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계는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92조는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등의 작업을 할 때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설비가 가동할 때 작업을 하면 사람이 기계에 끼이거나 말려들 위험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비 작업시 기본 수칙으로 설비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그 날이 아니더라도 마스타씨스템 노동자는 늘 그렇게 일해 왔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베이어에 올라서서 기름을 넣고, 라인이 가동되는 상태에서 컨베이어 체인에 직접 손을 대고 기름을 닦아 내고 이물질을 빼냈다. 일을 가르쳐 준 선배도 그렇게 일했고, 후배도 그렇게 일하는 게 당연했다. 입사할 때 “전원차단 안 해줘도 일 할 수 있냐”는 다짐을 받는 관리자도 있었다. 설비를 정지시킬 권한이 없는 하청노동자는 사고가 없게 알아서 조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범위·해제절차 및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작업중지를 명령한다. ‘중대재해 발생작업과 동일한 작업이 있고, 동일한 작업이 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동일한 작업까지 작업중지를 명령해야 한다. 운영기준대로라면 설비 가동 상태에서 정비·점검·청소 작업을 하는 마스타씨스템 노동자들이 하는 모든 작업은 작업중지 대상이다. 프레스공장만이 아니라 의장·차체·도장 모든 공정에서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노동부 울산지청은 ‘프레스공장 피트 내부 작업’으로 작업중지 범위를 한정했다.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일하고 있으니 작업중지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울산지청은 “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한 조치”라는 말뿐이었다.

마스타씨스템 노동자들은 ‘죽지 않을 요구-현대차 보전하청 마스타씨스템 노동자의 노동안전 요구안’을 만들었다. 이대로는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업을 지시하는 현대차와 하청업체의 행태에 하나둘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시작했다. ‘설비 정지시킨 후 작업’ ‘단독작업을 금지하고 위험공정은 2인1조 작업 준수’.

법을 지키라는 요구를 했는데도 회사는 중대재해 발생 2주가 지나도록 요구안 협의를 거부했다.

현대차 원청과 하청사인 마스타씨스템은 노동부의 작업중지를 해제하려고 빠르게 움직였다. 중대재해 발생 사흘 뒤 회사는 특별안전교육을 한다고 노동자들을 불러 모았고 두 장의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 한 장은 교육 참석자 서명이었고, 다른 한 장은 ‘해당 작업 근로자 의견 청취’ 서류였다. 작업중지 해제 신청을 위해 노동부에 제출할 서류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서명을 지시했고 노동자는 거부했다. 노동자가 서명하지 않자 회사는 마스타씨스템 보전작업 노동자들이 아닌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서명을 받는 꼼수를 부렸다.

회사는 노동부에 낸 개선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작업중지를 해제하려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논의해서 개선계획을 세우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조치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는 어떤 개선조치가 이뤄졌는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는 기계를 세우고 작업하면 되냐?” “인원은 충원하지 않으면서 2인1조 작업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 노동자들의 질문에 회사는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이달 15일 노동부가 개최한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서는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결정하지 못했다.

작업중지 및 해제 절차는 현장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취지로 만든 제도다. 노동자는 배제하고 오로지 설비 재가동에만 목매는 회사의 편법과 꼼수로 진행되는 작업중지 해제 절차로는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 동료가 죽은 자리에 다시 서야 하는 마스타씨스템 하청노동자가 동의하지 못하는 대책은 결코 대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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