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18일 서울고법은 뇌물공여를 비롯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하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과정에서 무려 86억8천여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제공했고 허위 용역계약 체결 등 방법으로 범행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서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양형 감경요건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삼성측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준법감시 제도가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실효적인 준법감시는 법적 평가로 시작되는 것인데,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 제도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을 감경 사유로 반영할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삼성이 재판 중에 만든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된다면 감형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를 출범했다. 하지만 특검은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내며 반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양대 노총은 “선고 형량이 낮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실형선고를 환영하지만 저지른 죄질과 특검의 구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선고 형량”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일가와 삼성자본은 이번 재판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국노총도 “삼성에 대한 유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오히려 형량이 너무 낮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을 하지 않겠다’며 노조 관련 사과를 했지만 이후 보여 온 행보는 실망스럽다”며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내 노조들과의 임단협에서 대외적으로 생색내기식 협상 자세를 보였는데,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나올 수 없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대로 반성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는 “실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로 인해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이 현실화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는 입장을 냈다. 경총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이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다”며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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