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오르는 게 요즈음 무서운 일이라지만, 체온을 잃는 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사람들이 경계한 일이었다. 한강이, 홍제천이 얼어붙고 처마 끝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집집이 삐죽 나온 보일러 배기구에서 연기 폴폴 날리면, 그 아래 떨어진 물방울이 쌓여 빙산이 커 간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걀걀 소리만 내던 차 주인이 시린 손 호호 불면서 집으로 뛰어든다. 밖에 나가질 못해 답답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느라 기운 뺀다. 전기장판에 누워 등을 지진다. 이불 밖은 위험한 계절이다. 지금 밖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선전판 몇 개 둘러 세워 움막도 못된 자리에 들어 종일 버틴다. 밥을 굶고, 절을 하고, 종종 손님을 맞는다. 침낭이 두툼했지만 천정이라곤 비닐 한 장이다. 거기 누워 맑은 날이면 하늘에 무수한 별을 세다 잠을 청한다. 이게 다 얼어 죽을 소린데, 죽지 않고 용케 버텨 단식농성 상황판이 하루 또 새롭다. 국회 앞이 그랬고, 청와대 앞이 그렇다. 자식 앞세운 엄마가 찬 바닥에서 버티다 그 앞 지나던 국회의원에게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을 호소했다. 말끝에 어차피 소급적용도 안 되는 것이라고, 도와달라고 했다. 죽은 제 자식이 돌아올 리 없다는 걸 엄마는 잘 안다.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복직을 호소하느라 굶고 버티는 사람들이 또한 남 일 때문에 제 몸을 축낸다. 해고된 청소노동자가 거길 찾아와 응원의 말과 봉투를 전한다. 온기를 전한다는 말이 참 상투적인데, 틀린 말도 아니다. 세상에 온기를 얼마간 더하는 일을 하느라 오늘 또 밖에서 사람들이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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