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이 산하 노조를 대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2곳 중 1곳이 “소속 사업장이 이 제도를 준수하지 않는다”거나 “준수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단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인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 고용의무 준수 여부 모르는 노조 30% 이상

민주노총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주노총 장애인 조합원 실태와 차별개선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15일까지 민주노총 산하 노조 123곳과 같은해 7월부터 9월까지 장애인 조합원 27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노동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에 응한 노조 123곳 중 79.7%는 “사업장에 장애인 노동자가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 노동자가 없다”고 한 노조는 17.9%, “모른다”고 응답한 곳은 2.4%였다.

그런데 “장애인 고용의무 제도를 사업장에서 준수한다”고 답한 노조는 49.6%에 그쳤다. “준수하지 않는다”가 17.4%, “모른다”가 33.1%였다. 민주노총은 “‘모른다’는 응답이 3분의 1가량”이라며 “응답자들이 노조간부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노조간부들 사이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의무 제도를 준수하더라도 장애인 일자리 질은 열악했다. 민주노총은 “장애인 직무는 알바식의 기간제나 시간제가 대부분”이라며 “그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서 장애인의 일을 사업장의 고용체계에 통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조합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오히려 고용불안을 느끼기도 했다고 응답했다. 한 장애인 응답자는 “소규모 외주사였을 때 사장들은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받기 때문에) 장애인을 엄청 좋아하고 장애인이 나갈까 봐 쩔쩔맸다”며 “공사 자회사는 업무를 자동화해 사람을 계속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자회사는 의무고용률 이상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서 장애인 입장에선 고용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장애인 응답자도 “직접고용(방식)은 아무래도 자회사로 결정 날 것 같다”며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전환 대상이긴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민주노총도 고용의무 어겨, 실천노력 시작해야”

노조에 장애인 조합원이 있다는 응답률은 81.4%였다. 산별노조 중에는 공무원노조(92.6%)와 금속노조(100%)가 높았다. 민주노총은 “사업장 고유업무 때문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서 주변 업무에 비정규직으로 장애인을 쓰며 의무고용률을 채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무금융노조의 한 지부 간부는 “사업장이 알바 같은 형태로만 의무고용률을 채우기 때문에 (사업장의 장애인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도 어렵다”고 답했다.

“장애인 관련 내용이 단협 조항에 있거나 교섭에서 다뤄진 적 있다”는 답은 20.7%에 그쳤다. “장애인 관련 단협 조항이 없다”는 응답률은 78.5%였다.

민주노총은 장애인의 평등한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단협에 장애인 조합원을 위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협에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킬 것 △장애로 인해 차별당하지 않게 할 것 △장애 유형에 따른 업무지원, 이동권 보장, 업무방식에 합의할 것 △장애 유형에 맞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 △장애를 이유로 한 괴롭힘을 금지할 것을 제시했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부끄럽게도 지난해 민주노총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굉장히 저조해서 약 3천만원의 과징금을 냈다”며 “직접적인 실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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