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가 고인의 사망 2주기인 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진상대책위원회 권고안 불이행을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나 발견하면 우리 병원은 가지 말아줘. 조문도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받으면 좋겠어.”

서울의료원에서 일했던 고 서지윤 간호사가 2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하며 남긴 유서 내용 중 일부다. 고인은 간호사 사회의 직장내 괴롭힘인 ‘태움’으로 고통을 겪다가 삶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태움 문제를 사회에 드러냈다. 문제가 드러나고 2년이 흘렀다. 태움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태움 당한 간호사 퇴사하려 했다”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의료원 내에서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나가는 곳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입을 닫고 흩어졌다.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발생한 시스템 혼란이 발단이었다. 외과·내과를 포함해 모든 과의 인력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야 했다. 각 과와 병동마다 규칙이 달랐지만 이를 정리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A씨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푸념했다. 이를 전해 들은 간호팀장은 간호조무사들에게 “간호사 말 똑바로 들어라”고 했다. 근무경력이 오래된 간호조무사가 소문을 내며 태움이 시작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나서 7월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9월에는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 갈등이 있는 이들과 A씨의 근무조를 분리했다.

김경희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팀장이 진짜 문제는 파악하지 못한 채 말을 잘못해 갈등을 유발시키고는 나몰라라 한 사례”라며 “그나마 A씨는 조합원이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분회장은 “태움을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감내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의료연대본부가 병원노동자 1천320명(간호사 68%)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95명(38%)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른척했다고 답했다. 그중 469명이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의료원 혁신위 구성했지만…

서 간호사의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간호사 태움 문화가 사라지려면 책임자 처벌과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의료원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2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진상대책위의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고 고 서지윤 간호사의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대책위는 고인에 대한 예우와 재발방지를 위해 34가지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경영자·간호 관리자 징계’와 ‘인력충원’이 핵심이었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한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혁신위는 인사팀·노사협력팀을 신설해 인사·노무관리를 강화했다. 경력간호사 30명으로 구성된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통해 업무하중 해소를 추진하고 직장내 괴롭힘 근절과 예방을 위한 ‘표준매뉴얼’ 개발 등을 진행했다. 김민기 당시 서울의료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시민대책위는 “혁신위가 관리자 징계와 인력충원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태움문화 해소 같은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혁신위에 당사자 입장을 대변할 위원이 없다는 점을 가장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의료원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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