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5일 오후 국회 앞에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소기업 노동자들과 양대 노총은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열렸다.

100명 이하 사업장과 소기업 노동자들이 먼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장소 바로 뒤편으로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인물상이 서 있다. 바닥에는 아이들 신발이 놓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가족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란 의미로 시민들이 보낸 신발이다. 그 옆엔 이날로 30일째 단식 중인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농성장에서 눈을 감고 담요를 덮은 채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있다. 하루 동조단식을 하는 수녀들이 김 위원장 옆에 앉아 농성장을 함께 지켰다.

“적용 유예하면 법망 빠져나가려 꼼수 만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기업 노동자들은 국회가 법 적용 유예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안을 논의하는 것을 두고 “노동자 목숨을 저울질하는 비인간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에는 50명 미만 사업장은 4년, 50~99명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상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많다”며 “그런데 단계적 시행이라니, 작은 사업장이나 하청회사 노동자는 2년, 4년 더 이 상태로 죽어도 된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김태을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 목숨을 가지고 50인이 어떻고 100인이 어떻고, 2년이네 4년이네 저울질하는 현실이 저희 같은 사각지대 노동자들에겐 어떻게 보이는 줄 아냐”며 “‘뭐, 노동자 인생이 그렇지. 하긴 일감이 없어서 안 그래도 죽을 판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고 일하다 죽으면 그만이다’ 이러고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일갈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법 시행시기가 유예되면 그동안 제일 꼭대기에서 돈을 버는 자들은 법망을 빠져나갈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기업 규모는 작아지면서, 산업 구조는 더 복잡하고 더 파편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 시행에서 사업장 규모가 작은 것이 문제라면 그만큼 세심하게 지도·감독하고 지원해 줘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온전한 법 제정 한목소리

양대 노총도 같은 장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을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과 공동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묻기 위함인데 정부는 처벌수위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대폭 낮추고 정부 관련자 처벌을 삭제하는 안을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이날로 8일째 단식 중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양경수 위원장은 “당선된 지 5일밖에 되지 않아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 상태인데, 이곳에서 김동명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며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하는 이 자리에서 양대 노총이 함께 만나는 것 자체가 법 제정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를 향해 “더이상 노동자들을 죽이지 말자는 데 무슨 이견·쟁점이 있겠냐”며 “분노한 노동자 저항에 직면하고 싶지 않으면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