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난 것인지, 어느 날 국회 앞 줄줄이 늘어선 경찰버스가 빈틈없는 차벽을 이뤘다. 인도는 겹겹이 설치해 둔 철제 펜스 따라 구불구불 미로였고, 그 끝을 막고 선 경찰이 지나는 시민의 관상을 살펴 문을 여닫았다. 집회시위자의 상이 따로 있느냐고, 사람들이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이 없어 밀고 당기는 소란이 곳곳에 가끔 일었다. 해산명령이 1차 2차 또 3차에 걸쳐 득달같이 쏟아졌다. 막느라 모인 경찰이 빽빽하게 붙었고, 말하느라 작은 현수막 펼쳐 든 사람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섰다. 헬멧 차림 경찰이 시위자에 딱 붙어 해산을 요구했고, 마스크 차림 사람이 말없이 자릴 지켰다. 말할 권리를 지키는 일이야 어느 때고 쉽지 않았다지만, 요즈음 더 그렇다.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는 일만이 언론 지면에서 술술 쉽다. 그러니 마스크 쓰고 거리 두기 방역지침 지켜 가며 시위 나선 사람들은 평소 일터로 가는 길, 빼곡한 지하철과 버스 안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고 만다. 일하다 죽는 일을, 노조할 권리 침해를 막겠다고 거리에 서는 일이 유난히 어렵다. 친노동을 선언했던 정권의 거리 두기가 코로나 위기 속에 착착,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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